[동아광장/이소연]우주강국,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코멘트
로켓!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서 보던 로켓이 떠오른다. 연필처럼 생긴 기다란 물체가 불을 내뿜으면서 하늘로 올라갔던 것 같다. 안에 무언가를 싣거나, 바깥에 우주왕복선을 달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저 하늘을 향해, 우주를 향해 연기를 뿜으며 날아오르는 것이 로켓이었다. 로켓이 위성을, 우주인이 탄 우주선을 우주로 데려다 주는 교통수단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게 된 시점이 최종 우주인 후보로 선발될 때쯤이었다. 그 사실을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러운 일이지만 솔직히 그랬다.

꽤나 오랫동안 우주선은 만화에서처럼 시동만 걸면 우주로 올라가는 줄 알았다. 그만큼 나 또한 우주에 대해서는 참 무식한 사람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우주인이 됐다. 우주비행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본 덕분에 무엇이 로켓이고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로켓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꽤나 자세히 알고 있는 요즘 초등학생을 보면 부럽기까지 하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우주에 대한 꿈을 품었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우주인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서인 것 같다.

나로호 발사를 보면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신기함과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기도 전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긴 시간의 노력과 어려움을 바탕으로 나로호는 하늘을 뚫고 멀리 날아갔고, 우리는 환호했다. 로켓 안에 앉아 있었던 경험,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힘든 시간을 겪어야 하는지 아는 나로서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잠시 보고 감탄하는 로켓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운 연구원을 생각하면 나로호 발사는 감동 그 자체였다.

나로호 발사성공만으로도 감동

하지만 감동도 잠시, 얼마 안 되어 위성이 제자리에 가지 못했을 수 있다는 방송을 접했다. 누구보다 위성과 로켓을 개발하고 자식처럼 여긴 연구원들이 얼마나 실망이 클까 하는 생각에 염려가 됐다. 지켜보는 우리보다 더욱 힘들고, 더욱 실망스럽고, 더욱 아쉬울 것이 분명하다. 단 하룻밤도 기쁨으로 편안히 잠들지 못할 그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힘들게 기자회견을 하고 계신 분들께 달려가 “힘내세요! 정말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하면서 꼭 안아주고 싶은 맘이 들었다. 물론 그럴 수 없었지만….

나로호 발사과정을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기 위해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부랴부랴 왔고, 밤잠을 설쳐가며 많은 분께 되도록 쉽고 자세히 설명하고 전달하고자 자료를 읽고 방송을 준비했다. 아쉽게도 7분여를 남겨두고 발사는 중지됐다. 금방 재개되기 힘들 것 같아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대한민국에 있었던 우리만 아쉬웠던 것이 아니었다. 같이 공부하던 동료 모두가 미국에서는 오전 1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교실에 모여 스크린을 보며 발사를 숨죽여 기다렸다면서 나만큼 아쉬워했다.

아쉬움도 잠시, 새로운 발사 날짜가 정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러 명이 함께하는 프로젝트인데 자꾸 빠져서 미안했는데 교수님과 학생들의 반응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발사라는 것이 원래 잘 미뤄지지 않느냐면서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 주고, 성공을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특히나 교수님 중 한 분은 “발사 날짜는 미뤄지라고 정하는 거야!”라며 웃으시더니, 40년 넘게 발사를 해온 미국도 셔틀 발사 때마다 미뤄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느냐면서 미안해하는 내 등을 토닥거리셨다. 그리고 또 오전 1시가 넘도록 함께 발사를 지켜봤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시 돌아갔을 때 축 처진 목소리로 “우리 위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라고 말했더니 “첫 시도였는데 발사대에서 폭발해서 인명피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날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 앞에서 터진 것도 아니고, 정상적으로 올라간 것만도 어디야! 처음에 이렇게 안전하게 발사되는 것도 힘들어!”라면서 다들 사고 사례를 줄줄 읊어댔다. 그리고 20년도 안 된 우주개발 역사를 가진 나라가 이 정도도 엄청나다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되새겨야

그렇다.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과 함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배웠으면서도 정작 그 말이 필요할 때는 잊어버리는 것 같다. 아쉬운 결과라 하더라도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는 자세와 정신은 자랑스러운데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 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꿈인 나로호를 위해 그동안 열과 성의를 다해 노력하신 여러분, 너무나 수고 많으셨습니다.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이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이 모두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인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이 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가 함께할 것이라 믿습니다.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