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막중]세종시 ‘상생 해법’ 있다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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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후보자가 세종시 원안 수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내용을 두고 정치권은 음모나 오해라는 수사학 수준에서 상호 일방적인 공방만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이 문제가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첨예하게 불거질 수순이라면 최소한 쌍방향의 소통을 위한 합리적 논의의 형식이라도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합리적 논의 위한 ‘틀’ 마련을

합리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세 단계에 걸친 합의의 절차가 필요하다. 첫째, 전제조건으로서, 야박하고 세속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세종시 문제는 철저하게 국민이나 지역주민의 주머닛돈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그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이 문제를 대의명분이나 감성적 차원에서 다루면 당위적 주장만이 팽팽히 맞설 뿐 어떤 결론도 내릴 수가 없다. 그나마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고 나가는 문제는 거래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논의의 범위를 경제적 비용과 편익에 국한하여 좁힐 필요가 있다.

둘째, 본격적인 논의 전개의 필요조건으로서 먼저 세종시를 ‘왜’ 수정해야 하는지 그 이유와 정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충청권뿐만 아니라 호남권 영남권 수도권 등 많은 지역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이 문제는 특정 지역의 관점이 아닌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원칙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세종시가 충청권에 제공하는 편익 이상으로, 국가 전체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지에 맞춰야 한다. 세종시가 초래할 국정의 비효율성과 국가경쟁력 훼손의 피해는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가 분담해야 하지만 혜택은 당장 충청권에 집중되므로 자칫 소수의 결집된 목소리가 다수의 침묵을 능가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셋째, 세종시의 수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더라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없으면 문제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합리적인 논의의 충분조건으로서 원안 수정의 조건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때는 국가 전체의 입장보다 충청권의 입장이 우선적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 세종시의 원안 수정에 따라 국민 전체에게 돌아가는 편익이 더 크더라도,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논의의 초점은 충청권의 관점에서 세종시의 원안 수정이 초래하는 피해 이상으로, 수정안이 더 큰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세종시의 원안이 확정돼 있으므로 수정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큰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수정한다면 더 큰 보상해줘야

수정안은 불가분 세종시로 옮기는 정부부처를 최소화하는 대신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갖는 기능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대체 기능은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정부기능보다 산업연관효과가 높아 지역주민에게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등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기존에 충청권이 가졌던 비교우위 기능과 상호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를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기능이라면 충청권도 그간 간헐적으로 제기된 첨단 과학기술과 고등교육 기능을 포함해 여러 대안의 실익을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은 예시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점은 세종시의 원안 추진이든 수정이든 국가 전체와 충청권의 관점에서 각각 경제적 비용과 편익을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함으로써 국가와 충청권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데 있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도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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