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이명박 정부의 정상 출범에 협조하라

  • 입력 2008년 2월 18일 23시 05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 1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18부 4처를 13부 2처로 줄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현행 직제에 맞춰 새 각료 내정자를 지명한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 개시 전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해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으나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정부조직법안 개정 합의에 실패함으로써 ‘편법 조각(組閣)’을 한 셈이다.

이로써 새 정부의 정상 출범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가건물을 지었다가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할 판이니 국정 혼란과 공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정 파행으로 새 정부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자화상 앞에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일각에선 이 당선인의 정치력 부재(不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본말(本末)을 따져보면 민주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정부의 조직은 앞으로 5년간 나라를 끌고 갈 이명박 정부가 정하는 것이 맞다. 성공도 실패도 결국 새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책임질 처지도 아니면서 훼방만 놓아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이 당선인이 ‘작은 정부’를 들고 나온 것은 대선 민심에 충실히 따르기 위한 것이다. 민심은 일은 못하고 덩치만 큰 아마추어 정부에 환멸을 느껴서 이 당선인에게 압승을 안겨줬다.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이라고 하지만 이미 민심의 지지를 상실한 다수(多數)일 뿐이다. 신법(新法)이 구법(舊法)에 우선하듯이 지금 국정의 바로미터로 삼아야 할 민심은 2004년 4월 총선 결과가 아니라 작년 12월 19일 대선 결과다.

민주당은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된 5개 부처 중 유독 통일부,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폐지에 반대했다. 손학규 대표는 부산에까지 내려가 해양부 폐지 반대 여론을 부추겼다. 누가 봐도 총선 전략이다. 민주당의 요구대로 3개 부처를 모두 존치시키면 16부 2처가 된다. 그걸 어떻게 ‘작은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제 보니 ‘작은 정부’의 원칙에는 찬성한다고 했던 말도 거짓말에 불과했다. 손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민심 역주행을 막겠다”고 했다.

손 대표와 민주당이야말로 다수당의 ‘힘’만 믿고 계속 대선 민심에 역주행하면 4월 총선에서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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