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베나지르 부토]갈림길에 선 파키스탄

  • 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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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는 미래를 향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때가 있다. 미국의 시민전쟁 시기나 독일의 베를린 장벽 붕괴, 유럽연합(EU)의 성립 등이 그런 때이다. 파키스탄도 지금 미래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극단주의와 테러로부터 파키스탄을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중요한 순간을 맞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민주주의가 실행될 때는 극단주의 운동이 최소한에 그쳤다. 극단주의 종교 정당의 선거 득표율도 11% 이상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1980년대 무하마드 지아 울하크 장군 때처럼 불행하게도 현재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군사독재 아래에서 극단주의가 다시 입지를 다져 가고 있다. 극단주의가 우리나라와 주변 지역 그리고 세계에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

내가 두 차례 총리로 재임할 때는 파키스탄 전 지역이 법의 지배를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국제 마약상이 종교적 극단주의자와 테러리스트들을 파고들었다. 많은 지역을 탈레반과 알 카에다에 내줘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지역은 되찾아야 하며 정부는 국가의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내가 무샤라프 대통령과 민주화 이행 방안 등 파키스탄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는 것에 일부 사람이 깜짝 놀랐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현재 파키스탄에서 민주주의와 독재, 온건주의와 극단주의라는 정치적 양극단에서 투쟁하고 있다.

나는 그에게 대통령은 군부에서 나와선 안 되며, 의회와 지방의회에 의해 합법적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규정한 파키스탄 헌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두 번씩이나 선출된 총리를 했던 사람에게 공직을 못 맡게 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 1999년 군사 쿠데타 이전에 쫓겨난 모든 의원 및 공직자에게 자유롭게 선거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가운데 선거가 치러지길 바란다. 그리고 국제 참관인단의 감시 아래 진행되길 바란다.

그러나 자유 공정 선거를 치르는 것만으로는 파키스탄의 문제를 푸는 데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자유롭고 공평하며 효율적인 정부를 가져야 한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파키스탄 군부의 지원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권한을 해제할 수도 있는 국민의 의지까지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없이는 빈곤과 실업이 더 악화된다는 것을 보여 줬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극단주의가 이런 사회적 불만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일부에서는 휴전과 평화협정을 통해 극단주의자들을 온건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의 경험은 반대로 무장세력과 테러주의자들을 더욱 대담하게 했다.

올여름 이슬라마바드의 붉은 사원 점거 사태가 좋은 예이다. 그들은 여성과 경찰을 납치하고 그들만의 법을 강요했다. 6개월간의 협상은 실패로 돌아가고 군이 폭도들을 진압하면서 유혈사태로 막을 내렸으며, 그 과정에서 100명 이상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붉은 사원 사태는 어떤 이상도 종교적 광신과는 조화될 수 없음을 보여 줬다.

파키스탄은 기로에 놓여 있다. 파키스탄에서의 성공은 이슬람이 민주주의와 조화할 수 있음을 전 세계 10억 이슬람에게 보여 주는 좋은 신호가 될 것이다.

나는 내 앞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10월 파키스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나의 믿음은 국민에게, 운명은 신에게 맡긴다. 나는 두렵지 않다. 우리는 중요 전환점을 맞고 있으며 시운(時運)과 정의 그리고 역사의 힘이 우리 편에 있음을 알고 있다.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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