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덕명씨, 중증장애 딛고 학사모 "손발돼준 아내덕분"

  • 입력 2002년 2월 15일 18시 09분


중증 장애인의 학사모 영광 뒤에는 천사같은 아내의 ‘그림자 내조’가 있었다.

15일 오후 대전 한남대 학위수여식에서는 1급 지체장애인(뇌성마비)인 손덕명(孫德明·36·컴퓨터공학과)씨와 비장애인인 그의 아내 조미경(趙美敬·33)씨가 차례로 시상대에 섰다.

손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학사 학위를, 조씨는 손씨의 학업을 도와 공로상을 받았다. 조씨가 대학을 드나든 횟수는 정작 학생인 남편 손씨보다 많다. 언어소통이 어렵고 춤을 추듯 몸이 뒤틀려 100m만 걸어도 숨이 차오르는 남편을 위해 승용차로 매일 등교시켰을 뿐만 아니라 수업이 띄엄띄엄 있을 경우 귀가했다 다시 강의실을 찾기를 반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늘 넉넉한 동반자였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남편의 장점만을 찾아내 자신감을 심어줬다.

손씨를 지도한 컴퓨터공학과 이재광(李載廣·46) 교수는 “여러 번 손씨 부부를 만났는데 그 때마다 조씨는 남편 자랑하기에 바빴다”고 공로상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손씨는 학내외 장학금이나 컴퓨터 홈페이지 관리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 아내의 내조에 보답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2년동안 자신의 정부 프로젝트에 손씨를 유급직으로 고용한 뒤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벤처기업에 취업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손씨가 컴퓨터 프로그램 관리 직원으로, 조씨가 보육사로 인천의 장봉혜림재활원에 근무하던 95년 서로 만나 그 이듬해 결혼했다. 조씨는 신학을 공부한 뒤 해외선교를 위해 자신을 단련시키겠다며 재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던 중이었다.

손씨는 졸업장을 받아 쥔 이날 잠든 아내에게 얼마 전 보냈던 e메일을 떠올렸다.

“나를 일어서게 하고 걷는 의지를 솟아나게 하는 사람… 불안한 걸음을 지켜봐야 했던 당신에게 나는 기쁨만을 주려 애쓸 것입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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