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익/의보료부담 크게 봅시다

  • 입력 2000년 1월 28일 19시 01분


큰애는 나막신을 팔고, 작은애는 우산을 파는 두 아들의 어머니가 늘 걱정을 하며 살았다는 옛 이야기가 있다. 날씨가 맑으면 작은아들이, 비가 오면 큰아들이 걱정돼 매일 한숨을 지었다.

의료보험이 꼭 그렇다. 통합 전에는 의료보험이 수많은 의보조합으로 나누어져 고소득자가 모인 부자 조합은 보험료를 적게 내고 저소득자가 모인 가난한 조합은 보험료를 많이 냈다. 그래서 항상 농촌지역 주민 같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부담을 해야 하니 사회정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통합을 하기로 했다. 98년 10월 자영자가 들어 있는 지역조합과 공무원 교직원이 통합을 했고, 금년 7월에는 봉급자가 가입된 직장조합까지 모아 두 번째 통합을 한다. 우선 조직통합부터 먼저 하고 지역과 직장의 보험재정은 2001년 1월 통합할 예정이다. 의료보험은 이렇게 단계적으로 통합이 진행된다. 통합이 되니 이번에는 부자 조합의 가입자들이 불만을 한다. 지난번 지역조합 통합 때는 전국의 모든 자영자가 하나의 조합으로 통합됐다. 자영자 중에는 농어민, 구멍가게 주인, 시장바닥에 가판을 벌인 아주머니가 있는가 하면, 의사나 변호사도 있고, 수억대 부동산을 굴리는 땅부자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보험료는 크게 경감됐고 부자들의 보험료는 올라갔다. 대체로 농촌지역 보험료는 내려가고, 도시지역에서 부유층이 사는 지역의 보험료는 올라갔다. 서울 서초구 강남구가 대표적으로 올라갔다. 지역 가입자의 62.5%인 488만 가구는 보험료가 내려갔고 37.5%인 280만 가구는 보험료가 올라갔다.

금년 7월 직장조합 통합 때는 고소득 근로자의 보험료가 올라가고 저소득 근로자의 보험료가 내려간다. 봉급자 중에는 가리봉동 철공소, 동두천 피혁공장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삼성전자 노동자도 있다. 대체로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혜택을 볼 것이고 대기업의 노동자는 올라간다. 이번에는 언론 금융 재벌기업의 근로자들이 대표적으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직장가입자의 5.66%인 280만 인구는 보험료가 내려가고 43.4%인 220만 가구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두 아들을 끊임없이 근심하는 가엾은 어머니처럼 의료보험은 통합을 하자니 잘사는 가입자가 걱정이고, 안 하자니 가난한 가입자가 걱정이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갑자기 매일 웃게 되었다. 한 이웃 사람이 말하기를 “날씨가 맑으면 나막신 파는 큰아들이 좋고 비가 오면 우산 파는 작은아들이 좋지 않으냐, 그러니 매일 좋은 날이다” 한 것이다.

언론이 모두 ‘봉급자 보험료 금년 7월 최고 50%까지 올라’라고 보도한다. 이 어머니처럼 생각을 바꾸어 보면 ‘봉급자 보험료 금년 7월 최고 50%까지 내려’라고 보도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고소득 봉급자의 보험료가 50%까지 올라가는 것에 화를 낼 것인가, 아니면 가난한 봉급자의 보험료가 50%까지 내려가는 것을 칭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은 인상도 인하도 아니고, 다만 보험료 부담이 공평해지는 것이다. 고소득 노동자의 부담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적게 냈던 것이다. 그래서 사회의 다른 한쪽 어두운 곳에서는 저소득 근로자들이 너무 높은 보험료를 내며 가슴을 쳤던 것이다. 사회가 공정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언론이 감시해야 할 것은 고소득 봉급자의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 그 자체가 아니다. 근거있게 정당하게 올라가는가 하는 것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고소득 근로자의 보험료가 지나치게 많이 오른다면 그것도 정의로운 일이 아니다. 저소득 노동자들의 보험료가 너무 높은 것이 정의롭지 않은 것처럼.

김용익<서울대 의대교수·의료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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