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 새지평]제모습 드러낸 경복궁

  • 입력 1996년 11월 19일 20시 34분


조선조의 정궁인 경복궁을 가로막고 있던 구 조선총독부 건물의 마지막 벽이 무너졌다. 이미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듯이 그 해체비용은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그러나 그 결과 경복궁이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또 며칠전에는 미국의 한 경매장에서 조선시대 백자 철용문항아리가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렸다. 그리고 그것을 산 사람은 익명의 한국인으로 밝혀졌다. ▼ 자긍심 살리는 작업 ▼ 그러면 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돈을 들여서 과거를 복원하려고 하는가. 결코 「생산적」이지 못한 이러한 일들에 왜 그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가. 그것은 이러한 「골동품」들이 곧 우리 문화이기 때문이다. 「우리문화」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일 수 있게 해 주는 독특한 삶의 양식, 사고방식, 그리고 가치관을 말한다. 즉 우리의 「내용물」이다. 이러한 것들을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사 모으고 복원하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의 표시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얼마나 우리자신에 대하여 우리의 문화에 대하여 알고 있는가. 골동품과 오래된 건물은 문화가 창출한 것들 중에서 가장 가시적으로 남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아끼고 보전하는 것도 우리문화를 아끼는 방법의 하나임에 틀림없고 우리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그러나 골동품을 수집한다고 해서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저절로 도모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골동품을 모으는 것은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 상실감을 만회하기 위한 지극히 표피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 우리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골동품과 문화유적의 보전과 복원 뿐만 아니라 전통사회의 의식체계 사고방식, 그리고 가치관에 대한 심층적이고 애정어린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통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비판하고 비하하는 시각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근대화」되고 「현대화」된, 그리고 「지식」의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한 것이 한국사회의 오래된 특징이다. 우리는 식민지시대와 이데올로기시대 그리고 산업화시대를 살아오면서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자긍심과 이해를 철저하게 버리고 살아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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