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행사 적극 참여… 유럽 北대사들 달라졌다

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8-03-16 03:00수정 2018-03-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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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비핵화 외교전]獨-佛 등 외교관 모임서 南과 조우
친근감 표하며 “南과 싸울 일 없다”, 불가리아선 한국 대사관도 찾아와
대북제재 뒤 ‘칩거 모드’서 급변… 北 ‘정상국가 인정받기’ 전략인 듯
불가리아 한국대사관서 건배하는 남북 대사 14일 주불가리아 한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아시아 국가 대사 오찬 모임에서 신부남 대사(왼쪽)와 차건일 주불가리아 북한 대사가 나란히 앉아 건배하고 있다. 주불가리아대사관 제공
“(해외 주재) 북한 대사들이 달라졌어요.”

유럽에 주재하는 북한 대사들은 지난해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유럽연합(EU)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가 이어지고 북-EU 간 갈등이 고조되자 거의 모든 대외활동을 접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외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특히 한국 대사와 사진을 찍으며 대화를 나누는 등 태도가 급변했다. 특히 평창 겨울올림픽(2월 9∼25일)과 이어진 남북, 북-미 대화 국면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정범구 주독일 한국 대사는 1월 31일 베를린 좌파당 당사에서 열린 한스 모드로 전 동독 총리의 90세 생일 축하 행사에서 박남영 주독 북한 대사를 만났다. 박 대사의 등장만으로도 많은 외교관들이 놀란 데 이어 그가 정 대사와 함께 사진까지 찍자 그 자리에 참석했던 중국 대사조차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유네스코의 이병현 한국대표부 대사는 팔레스타인 문화행사를 포함해 최근 들어 세 차례나 북한 대사와 조우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성주 주폴란드 대사와 신동익 주오스트리아 대사도 올해 주재국 외교부 주최 리셉션과 신년하례식에서 북한 대사와 조우했다. 북한 대사들은 예전보다 밝은 표정으로 적극적으로 인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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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남북 한자리에 1월 31일 독일 베를린 좌파당 당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정범구 주독일 한국 대사(오른쪽)와 박남영 주독 북한 대사가 만나 함께 사진을 찍었다. 정범구 대사 페이스북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 대사는 “북한 대사가 한국 국내 정치 소식까지 소상하게 알고 있어 놀랐다”며 “남북 간에 강한 신뢰를 보였고 미국과 중국에는 섭섭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른 대사는 “올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활동에 나서는 것”이라며 “북한이 외교정책 방향을 바꾼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은 강한 대북 제재도 하지만, ‘북한과 대화가 중요하다’는 입장도 강해서 북한이 (유럽에서) 활동할 공간이 꽤 많다”고 덧붙였다.

한 북한 대사는 한국 대사에게 “우리는 남한과 싸우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마치 북-미 대화를 하면 우리가 미국한테 얻는 게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이 얻어 가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부남 주불가리아 한국 대사는 14일 한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아시아국가 대사 오찬 모임에 차건일 북한 대사가 참석한 것에 대해 “1990년 불가리아에 대사관이 개설된 이래 북한 대사가 한국 대사관에 온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차 대사는 방명록에 ‘우리는 하나의 민족입니다. 북과 남이 힘을 합쳐 북남관계와 조국통일의 새 역사를 써 나가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신 대사와 나란히 앉은 차 대사는 “나란히 앉으니 불가리아 대통령이나 다른 아시아 대사들 보기에도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 대사는 “자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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