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살인” 처벌강화法 낸 이용주, 9일뒤 음주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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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비틀거린다” 시민 제보로 적발… 당시 알코올농도 면허정지 수준
공동 발의 ‘윤창호법’ 최고 징역1년
이용주 “죄송”… 인터넷선 “의원직 사퇴”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50·사진)이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평소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주장하던 이 의원이 음주운전을 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10월 31일 오후 10시 57분경 시민 한 명이 ‘올림픽대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제네시스 차량이 비틀거린다’고 112로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고 이 의원은 이날 오후 11시 5분경 강남구 영동대교 남단 교차로 인근에서 적발됐다. 이 의원의 집이 있는 서초구 반포동에서 약 7km 더 간 곳이었다. 적발 당시 이 의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9%로 면허정지(0.03% 이상, 0.1% 미만 ) 수준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음주운전사범 처리 절차와 같이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을 불러 이 의원을 일단 귀가시켰다”며 “조만간 이 의원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을 비롯해 보좌진 등 20여 명과 여의도 한 한식집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국정감사 기간 송 의원과 활동을 함께했고 송 의원이 6월 지방선거에서 보궐(선거)로 들어와 환영하는 자리였다”면서 “원래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고 출퇴근을 직접 해 그날도 운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선 “대리운전기사를 불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기 9일 전인 지난달 22일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취지의 도로교통법개정안(이른바 ‘윤창호법’) 발의에 참여했다. 9월 25일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사고를 당한 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윤창호 씨(22)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음주운전 가중처벌 기준을 현행 ‘3회 위반 시’에서 ‘2회 위반 시’로, 단속 대상이 되는 혈중알코올농도를 현행 ‘최저 0.05% 이상∼최고 0.2% 이상’에서 ‘최저 0.03% 이상∼최고 0.13% 이상’으로 바꿔 처벌을 강화하는 게 주 내용이다. 현행법상 이 의원의 음주운전에 대한 최고 처벌 수위는 징역 6개월이지만, 윤창호법을 기준으로 하면 최고 형량이 징역 1년으로 높아진다.

이 의원은 10월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윤창호법, 음주운전은 범죄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글에서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라며 “선진국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살인죄로 처벌하는 반면 우리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만 처한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본인이 직접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했으니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언행불일치의 표본” 등이라고 비판하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윤 씨의 친구들도 1일 이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이 ‘음주운전은 살인’이라는 윤창호법으로의 개정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정훈 hun@donga.com·박효목 기자
#이용주#음주운전#윤창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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