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의 실험… 초등 1, 2학년 ‘놀이밥 100분, 3시 하교’ 시범 운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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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맞벌이 부부에 도움”… 교사들 “업무 부담 커”

강원도교육청이 관내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에게 매일 100분의 ‘놀이밥’ 시간을 제공하고,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늦추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놀이밥은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밥과 같이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학교 안에서 놀이시간을 갖고 있는 초등학생들. 동아일보DB
강원도교육청이 관내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에게 매일 100분의 ‘놀이밥’ 시간을 제공하고,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늦추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놀이밥은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밥과 같이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학교 안에서 놀이시간을 갖고 있는 초등학생들. 동아일보DB
강원도교육청이 3월부터 초등 1, 2학년들에게 하루 100분의 놀이시간을 제공하면서 하교시간을 오후 1∼2시에서 오후 3시로 늦추는 일명 ‘놀이밥 100분, 3시 하교’ 시범학교를 운영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강원도교육청이 시도하는 이 사업은 모든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확보해주는 동시에 학교 돌봄 기능도 강화해 학부모와 정부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업무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 하교 늦추고 놀이 강화에 반색

강원도교육청은 이번 신학기부터 10여 개 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해 ‘놀이밥 100분, 3시 하교’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교육계에서 쓰는 ‘놀이밥’이란 용어는 아이들에게 놀이가 밥처럼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도교육청은 초등 1, 2학년 학생들에게 1교시 시작 전 30분, 중간 교시 사이에 40분, 점심시간 추가 30분 등 총 100분의 놀이시간을 제공하면서 하교시간을 오후 3시로 늦출 예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생에게 놀이는 매우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며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면서 최근 늘어나는 학교의 돌봄기능 강화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모델을 찾다보니 나온 사업”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모가 늘면서 초등 저학년의 빠른 하교시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를 방과 후 수업시수 연장으로 해결하려 하면 저학년 학생들의 피로감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위원장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싶다’며 사업 브리핑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반색하는 분위기다. 초2 자녀를 둔 학부모 박지영 씨는 “놀이밥 100분을 통해 모든 학생의 하교시간이 오후 3시로 늦춰진다면 학부모의 돌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아이들도 어린 나이부터 학업에 치이지 않고 안전한 학교 공간 안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초등 1학년 시기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마의 시기’로 통한다. 취학 전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닐 때는 대부분 오후 3∼7시경 하원하던 아이들이 초등 1학년이 되면 오후 1∼2시에 학교를 마치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맘들에게는 빠른 하교 시간이 부담이 된다. 직장맘 김현주 씨는 “학원과 방과후 수업, 돌봄교실 등 여러 수단을 활용해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어떤 아이들은 오후 1시면 하교하는데 우리 애만 늦게 하교하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하다”며 “이리저리 이동을 많이 하다 보니 아이가 지치기도 하고 툭하면 아파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자녀가 초등 1학년일 때 많은 직장맘의 휴직 또는 퇴사가 집중되는 상황이다.

○ 현장 교사들 “부담 너무 커” 반발

초등 1, 2학년의 하교시간이 1, 2시간씩 늦춰지면 그만큼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현장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스스로 놀 줄 아는 고학년과 달리 저학년은 놀이 시간에도 ‘지도’가 필요하고,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 수업이 아닌 놀이의 형태이더라도 시간 연장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초등교사 조모 씨는 “초등 1학년은 아이 하나하나에게 손이 많이 가고 에너지 소모도 커 이미 교사들 사이에선 기피 학년”이라며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놀이밥까지 더해진다면 1학년 담임들은 쓰러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시범사업 운영을 통해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최대한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저학년은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교육청도 안전 문제를 가장 신경 쓰고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안전요원을 붙이는 것이지만 예산상 어려워 자원봉사자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의 이 같은 시도는 다른 교육청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안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도 놀이교육의 차원에서 학교별로 중간 놀이 시간을 30분 이상 갖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강원도교육청#놀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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