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설을 그림으로… 기가 막히게 아름답지만 두려운 작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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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문학의 애니메이션化 2탄
31일 개봉 ‘소나기’의 안재훈 감독

소설책과 시집이 가득 꽂힌 작업실에서 만난 안재훈 감독은 “작가들의 마음을 느끼고 하나하나 새로 해석해 가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소설책과 시집이 가득 꽂힌 작업실에서 만난 안재훈 감독은 “작가들의 마음을 느끼고 하나하나 새로 해석해 가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치는 시대이지만 한국 문학만큼 우리 마음을 적시는 것도 없거든요. 거창한 줄거리가 아닌데도 늘 우리 마음을 생동하게 만드니 참 묘하죠.”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설인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가 애니메이션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2014년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을 통해 한국 단편 문학에 숨결을 불어넣었던 안재훈 감독(48)의 작품이다.

영화 개봉(31일)을 앞두고 최근 서울 중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안 감독은 “모두가 사랑하는 소설을 그림으로 옮기는 것은 기가 막히게 아름다우면서 두려운 작업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메밀꽃 필 무렵’의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하다’는 표현만 해도 이걸 어떻게 구현할지 너무 고민되는 거예요. 자칫 사람들이 저마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해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의 작은 정성으로나마 3대(代)가 모여 우리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계속 작업합니다.”

감독은 드라마와 영화 같은 문화 콘텐츠 전반에도 한국 문학의 감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했다. 감독은 “‘가을동화’ 같은 드라마도 결국 사랑하는 소녀 이야기를 다룬 ‘소나기’와 닮아 있고 ‘실은 내가 네 아버지’라는 수많은 드라마 속 설정도 ‘메밀꽃 필 무렵’과 비슷하다”며 “창작자와 일반인 모두의 내면에 한국 문학의 정서가 깊이 깔려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매년 한 편씩 한국 문학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고 싶다는 감독은 ‘소나기’ 이후에도 이상의 ‘날개’,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창작물로는 1970, 80년대 한국 고교생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소중한 날의 꿈’(2011년)에 이어 인간과 도깨비가 함께 어우러지며 각자의 모습을 찾아가는 ‘천 년의 동행: 살아오름’을 선보인다. 감독은 “다들 ‘앞으로 무엇이 새로 만들어질까’를 고민하기 바쁘지만 내 작품을 통해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우리 주변에 있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효석 선생님 아드님과 극장에서 전작 ‘메밀꽃…’을 함께 봤어요. 긴 설득 끝에 영화화에 응하셨는데, 영화가 끝난 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고맙다’고 해주시더군요. 귀한 원작을 쓰신 작가들을 훗날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모습, 또 여러 아픔을 당신이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애썼군요’ 하고 한마디씩 해주시지 않을까요?(웃음)”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단편문학#애니메이션#안재훈 감독#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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