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항모, 첫 ‘대만 한바퀴’ 무력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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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오닝함, 남중국해 훈련 마치고 대만해협 통과, 칭다오로 귀환
대만, 전투기-구축함 급파 등 긴박
中, 美항모와 남중국해 대치는 피

 남중국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 전단이 11일 대만해협을 통해 북상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전화통화 이후 가시화되고 있는 양국 밀월 움직임에 대해 대만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남중국해에서 미국 항모와의 대치 국면은 피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른바 ‘랴오닝함 국제정치’다.


 랴오닝함의 북상에 대만군에는 비상이 걸렸다. 차이 총통의 중남미 순방 중에 이뤄진 중국 항모전단의 대만해협 통과는 ‘미국과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랴오닝함은 2014년 1월 1일 대만해협을 통해 북상한 적이 있으나 당시는 함재기를 탑재하거나 전단을 구성한 것은 아니었다.

 대만 국방부는 11일 랴오닝 전단이 이날 오전 7시경 대만 남서쪽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뒤 대만해협의 서북쪽으로 항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항(母港)인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로 귀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랴오닝 전단이 남중국해 둥사(東沙) 군도 해역을 거쳐 10일 오후 9시경 대만해협에 진입하자 대만군은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대만 공군은 해상초계기 P-3C, 대만산 전투기 IDF와 F-16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고, 해군도 청궁(成功)급 구축함 등을 급파했다. 대만 언론은 “펑스콴(馮世寬) 국방장관이 타이베이 외곽 전시 지하 지휘소인 헝산(衡山) 지휘소에서 직접 지휘를 맡았다”고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랴오닝 전단이 180km 길이의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데에는 10시간가량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랴오닝 전단이 예상보다 일찍 귀항길에 오르면서 남중국해를 향해 서진 중인 칼빈슨 미 항모 전단과의 조우 또는 대치는 우려로 끝나게 됐다. 칼빈슨 전단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20일을 전후해 아시아 태평양 해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랴오닝 전단의 이번 남중국해 훈련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벗어나려는 미국과 대만을 겨냥한 본격적인 무력시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랴오닝함은 구축함 등 전단을 거느리고 대만 동쪽을 통해 내려간 뒤 대만해협으로 올라와 대만을 한 바퀴 돌았다.

 랴오닝함은 이번에 처음으로 자국이 설정한 해양 방어선인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넘어 지난해 12월 25일 서태평양으로 진출했다. 중국 언론도 첫 ‘원양 훈련’을 실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8일 “중국의 항모는 ‘집 지키는 남자’가 아니다”며 “동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동태평양은 멀리는 미국 서부 해안까지 미치는 바다로 태평양에서의 미중 대결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중국은 이르면 올해 초 두 번째 항모를 진수할 예정이며 순수 자국 기술로 제작하는 세 번째 항모도 건조 중이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의 보유 항모가 각각 10척과 1척으로 큰 차이가 있지만 중국이 항모 전력 강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차츰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랴오닝 전단은 남중국해에 보름 남짓 머물면서 현지 적응 훈련과 함께 함재기와 헬기의 이착륙 훈련, 전단과의 합동 기동 훈련 등을 실시했다. 항모 전단을 활용한 실전 훈련을 벌인 것이다. 이번에는 미중 항모 대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미국이 남중국해에 항모를 동원하면 중국도 언제든지 항모로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항공모함#대만#무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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