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도박사건후 야구가 더 절실해져… 내년에도 끝판대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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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아들의 산타클로스’ 된 오승환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홍보대사 오승환(오른쪽)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임승모 군과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평소 응원하던 오승환 선수가 직접 찾아온다는 말에 며칠 전부터 승모 군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홍보대사 오승환(오른쪽)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임승모 군과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평소 응원하던 오승환 선수가 직접 찾아온다는 말에 며칠 전부터 승모 군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진짜 돌주먹과 부딪친 것 같아요.”

 백혈병으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임승모 군(16·충주대원고)은 21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TV를 보며 응원하던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병실에 와서 자신과 ‘주먹 하이파이브’를 했기 때문이다. 임 군은 “소원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듬직한 오승환의 팔뚝을 직접 만져보는 거였다. 오승환은 선뜻 팔뚝을 내주며 “빨리 완쾌해서 경기장에 직접 응원을 와 줬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난치병 아동의 소원을 들어주는 기관인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홍보대사 자격으로 병원을 찾은 오승환은 이날 소아암 병실을 돌며 환아들의 산타클로스가 됐다. 직접 고른 모자와 가방, 그리고 인형을 선물했고, 세이브를 기록할 때마다 적립한 성금도 전달했다. 오승환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 위해 찾아왔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힘을 얻어 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 진심은 통한다, 언젠가는

 1년 전 이맘때 오승환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해외 불법 도박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간 쌓은 명예와 이미지를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그를 영입하려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갑자기 발을 뺐다. 일본과 한국 구단들도 그의 영입을 부담스러워했다. 세인트루이스가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불명예스럽게 야구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다.

 후회도 하고 반성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야구로 일어서야 했다. 지난겨울만큼 절실하게 야구만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그 결과는 올해 받은 성적표에 나와 있다. 76경기 등판에 6승 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 중간계투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트레버 로즌솔이 부진에 빠진 시즌 중반부터 팀의 마무리 자리를 꿰찼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끝판대장’의 위용을 뽐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냉혹한 시선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그도 안다. 도박 사건 때문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오승환은 “자선 활동조차도 나쁘게 보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더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지만 오히려 도박 사건의 부담 때문에 못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많은 분들이 내 진정성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 “야구 잘해야 할 이유가 또 생겼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오승환은 요즘 미국에서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얼마 전엔 통계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이 꼽은 구원투수 랭킹에서 6위에 올랐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구원투수들이 대형 계약을 맺는 추세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꼽힌 켄리 얀선은 5년 8000만 달러(약 950억 원)에 LA 다저스에 잔류했다. 아롤디스 차프만은 5년 8600만 달러에 뉴욕 양키스로 갔고, 마크 멀랜슨은 샌프란시스코와 4년 6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오승환이 올해와 비슷한 활약을 보이면 FA가 되는 내년 시즌 이후 대형 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은 “많은 분들이 내년에도 내가 마무리를 맡을 거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스프링캠프가 되면 다시 경쟁이 시작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올해 잘했다고 방심하지 말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마운드에서 당당한 선수가 되고 싶다. 쉽게 무너지지 않고, 메이저리그의 덩치 큰 선수들을 이기는 모습을 팬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한마디. “야구를 잘해서 돈을 더 많이 벌면 좋은 일을 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빠른 준비를 위해 그는 이르면 다음 주에 미국으로 출국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소아암 환아#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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