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고무신 할머니’, 생전에 노점상하며 모은 1억 원을 익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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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1월 3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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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무신 할머니'의 기부
생전에 노점상하며 모은 1억 원을 익명으로...


#.2
2013년 충북공동모금회에 하얀 고무신을 신은 할머니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좋은 곳에 써달라"며 1억 원이 담긴 흰색 봉투를 건넸죠.


#.3
그 1억 원은 할머니가 평생 노점상을 하며 어렵게 모은 돈이었습니다. 금액을 떠나 할머니의 평생이 담겨있는 '집약체'였던 셈이죠.


#.4
할머니는 그 소중한 돈을 내놓으면서도 끝내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질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충북공동모금회는 고무신 할머니의 이름과 나이 등 기본적인 신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죠. 그렇게 고무신 할머니는 충북 아너소사이어티의 8호 회원이자 익명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습니다.


#.5
할머니는 그저 한 달에 한두 번씩 모금회를 남편과 함께 찾아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명부에 등록된 할머니의 익명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게 전부였습니다.


#.6
뒤에 알려진 내용을 종합해보면 할머니는 실향민이었습니다.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피난을 와서 청주에서 터를 잡았죠. 시장에서 노점상을 했는데 그동안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7
"6·25전쟁 때 월남해 청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았고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며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자식들도 잘 키웠다. 은혜를 갚는 심정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고무신 할머니


#.8
"4월에 아내가 세상을 떠났는데 장례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어 이제야 알리게 됐다"
-고무신 할머니의 남편

그렇게 한 푼 두 푼 평생 모은 돈 1억 원을 기부금으로 내어놓으신 고무신 할머니.

하지만 7개월 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합니다.
모금회 직원들을 포함해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9
"할머니는 직원들이 드시라고 건넨 차를 사양할 정도로 남에게 신세 지는 걸 꺼리셨다. 하지만 직원들과 대화할 때는 먼저 농담을 건네는 등 쾌활한 성격이셨다"
-충북공동모금회 관계자


#.10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한 뒤 당시 신고 온 고무신 사진 한 장 만 남긴 채 돌아가신 '고무신 할머니'.


#.11전국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1344명(21일 기준) 중 157명은 고무신 할머니처럼 익명의 회원이라고 합니다. 곳곳에 고무신 할머니와 같은 사람들이 숨어있는 것이죠. 이들의 기부가 각박한 세상을 좀 더 따듯하게 만드는 활력소가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원본 | 장기우 기자
기획·제작 | 김재형 기자·조성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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