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대통령의 집무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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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홈페이지 메인화면 맨 위에 커다랗게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가 생겼다.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청와대에는 관저 집무실, 본관 집무실, 비서동 집무실이 있으며 대통령이 이날은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고 19일 밝혔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정○○를 만났다, 굿판을 벌였다, 프로포폴을 맞아 잠에 취했다,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은 괴담이라는 것을 청와대는 강조하고 싶겠지만 국민으로선 박 대통령이 그날 관저에 있으면서 사실상 재택근무를 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탄 대형 여객선에 사고가 났다는 YTN 첫 보도가 나온 것이 오전 9시 19분인데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수석실로부터 서면보고를 받은 시간이 오전 9시 53분이다. 관리상황실(지하벙커)로 달려가 구조대책을 논의해도 부족할 판에 박 대통령은 이후에도 서면보고와 유선보고만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그 긴박했던 시간에 출근 않고 뭘 했는가” 물은 것도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오후 3시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준비 지시를 내리고도 오후 5시 15분에야 도착해선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구조하기가 힘이 듭니까” 우문(愚問)을 던졌다. 그러고는 ‘칼퇴근’했는지 이후 서면보고만 달랑 세 번이다. 476명 중 304명이 꽃다운 목숨을 잃을 때 대통령이 재택근무를 할 정도라면 집권 4년 동안 본관 집무실에서 근무한 날은 며칠이나 될까.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등이 일하는 비서동이 500m쯤 떨어져 있다. 꼭 1년 전 이재만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국회가 청와대 건물 재배치 예산을 준다는데도 “대통령과 보좌진 간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며 거부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이나 ‘문고리 3인방’과만 바쁘게 소통을 하고 나머지 모든 사람과는 문을 닫고 살았다는 것을 전 국민이 안다. 그런데도 ‘괴담 바로잡기’에만 골몰하는 청와대가 안타깝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청와대#대통령 집무실#박근혜#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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