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번에 높은 이자 주겠다” 시장 상인 곗돈 14억 가로챈 女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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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서울 은평구 연신내의 한 재래시장 인근에 살던 한 70대 여성이 주변 상인들을 불러 모았다. 이 여성은 시장 상인들에게 “목돈이 필요하지 않냐”며 “매달 40만 원 씩 모아 계를 만들자”고 유혹했다. 이 여성은 ‘번호 계’를 만들어 “25개월 동안 번호 순으로 곗돈을 가져가고 마지막 순번인 25번을 배정받으면 높은 이자를 쳐 주겠다”고 제안했다.

마지막 순번인 25번을 배정받아 곗돈을 받게 된 A 씨에게 이 여성은 이자 250만 원만 준 뒤 “원금은 또 다른 계를 운영하자”고 속여 원금 1000만 원을 가로챘다. 하지만 마지막 순번을 받은 사람은 A 씨 뿐이 아니었다. 계주가 모두에게 마지막 순번을 준 뒤 순서대로 곗돈을 지급해 온 것처럼 꾸민 것이다. 이 여성은 이런 식으로 여러 계의 ‘번호 계’를 운영하면서 원금은 모두 가로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계원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번호계 계주’는 덜미를 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한모(70·여)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한 씨가 상인들로부터 가로챈 돈은 1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씨에게 사기를 당한 사람은 61명에 달했다.

한 씨는 모든 계원들에게 많은 이자를 주겠다며 마지막 순번을 권유했고 마지막 순번 계원이 동시에 발생할 것을 우려해 실체도 없는 계를 7개나 만들어 돌려 막기 형태로 계를 운영했다. 경찰은 “매달 40만 원씩 내기가 어려운 노점과 영세 상인들을 상대로 하루에 2만~3만 원씩 일수형태로 돈을 받아 계금으로 납부토록 하는 등의 방법을 썼다”고 밝혔다. 경찰은 한씨가 범죄수익금을 은닉했을 것으로 보고 자금 경로를 추적해 압수 또는 몰수보존의 절차를 거쳐 최대한 피해변제를 도울 계획이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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