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터널에 ‘모세의 기적’이…출동 소방차 50초 만에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2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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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퇴근차량으로 꽉 막힌 터널에 진입했지만 약속이나 한 듯 길을 터준 시민들 덕분에 약 200m 길이의 터널을 50초 만에 통과했다.

28일 광주 남부소방서에 따르면 27일 오후 7시 11분 남구 봉선동의 한 아파트 승강기에 A 씨(43)가 갇혀있다는 119 신고를 받고 구조대원들이 소방차를 타고 출동했다. 소방서에서 현장까지는 5, 6㎞정도 거리였다.

구조대원들은 지름길로 가기 위해 봉선동 용산터널을 통과하려 했다. 길이 195m, 왕복 4차로인 용산터널은 평소에도 차량 정체가 심한 곳이다. 더욱이 소방차가 통과할 때는 퇴근길 정체가 극심한 형편이었다.

덩치가 큰 소방차는 정체된 차량 사이를 지그재그로 오가며 돌파를 시도했지만 갓길조차 없는 터널에서 꼼짝없이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때 차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뒤 간격을 좁히며 양쪽으로 갈라져 소방차가 편도 2차로 중심부를 지나도록 배려했다. 출동했던 한 소방관은 “성경 속 ‘모세의 기적’을 떠올리게 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터널을 50초 만에 통과하고 남은 구간을 막힘없이 내달린 소방차는 출동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20층 높이에 멈춰선 승강기 문을 열고 A 씨를 구조했다. 남부소방서 관계자는 “꽉 막혀 짜증이 날 만한 상황에서도 긴급 출동한 소방차에게 길을 터준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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