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계질서는 힘-정당성을 기초로 만들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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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헨리 키신저 지음·이현주 옮김/460쪽·2만5000원·민음사

20세기의 노회한 외교 수완가가 변화하는 21세기 세계 질서에 대한 신간을 냈다. 저자의 나이는 무려 93세. 키신저는 미국 닉슨 행정부와 포드 행정부에서 대통령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을 지냈고, 1973년 베트남전 종전(終戰)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인물이다.

저자는 21세기 역시 이른바 ‘세계 질서’가 지속적으로 추구되지만 국가들은 여전히 공동의 가치를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화로 세계 모든 지역이 서로 얽혀 있고 특정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타국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흔하지만 국제 정치의 주요 행위자들은 행동의 원칙과 한계, 최종 목표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역사상 유럽, 이슬람, 중국, 미국이 추구한 서로 다른 4개의 세계 질서 개념이 존재했다고 본다. 문명들은 자신들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는 각자의 질서관이 있었지만 지리적 한계에 갇혔고 세계적으로 원칙과 목표가 합의된 적은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작동하는 것은 400년 전 유럽의 30년 전쟁이 끝나고 근대적 주권 국가들을 등장시킨 베스트팔렌 체제 정도다. 이 역시 국가들의 연합인 유럽연합(EU)이나 이슬람 근본주의를 바탕으로 세속 국가를 해체하려는 지하디스트의 등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레알폴리틱(현실정치)을 신봉한 정치가답게 저자는 공유할 수 있는 국제질서의 바탕을 ‘힘의 균형’과 ‘정당성’의 조화에서 찾으려고 한다. 아시아에 대해서는 비교적 국가들 사이의 협력을 강조하는 편이다. 저자는 “아시아 각국의 의견 충돌이 대립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며 “균형을 순전히 군사적으로 정의하면 대립은 더 심해질 것이고, 세력 균형과 협력 개념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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