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기 없는 ‘비과세 축소’ 세제개편 다음 정부로 떠넘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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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올해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연장하는 ‘2016년 세법 개정안’을 28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경차 소유주에게 유류비를 연간 10만 원 한도로 할인해주는 감면제도는 올해 말 일몰이지만 2년 더 연장될 것 같다. 비과세 소득인 ‘2000만 원 이하 월세 임대소득’은 내년부터 과세할 예정이었지만 소규모 임대사업자의 반발 때문에 그 시기가 2, 3년 미뤄진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2002년 첫 일몰 이후 계속 연장되다가 올해 일몰을 다시 맞았다. 하지만 봉급생활자의 저항을 의식해 7번째 연장된다.

결국 인기 없고 증세 논란이 우려되는 세제 개편은 모두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추가 과표 양성화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분석하며 지하경제 양성화가 벽에 부딪혔음을 사실상 자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과세·감면 축소는 세율 인상 없이 복지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하지만 국세 감면액은 2014년 34조3000억 원에서 올해 35조3000억 원으로 되레 늘었다. 현재 전체 납세 대상 근로자 1669만 명 중 802만 명은 근로소득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는다. 시혜성 정책은 일단 시작하면 줬던 것을 뺏는 것 같아 되돌리기 어렵다. 올해 일몰이 돌아오는 25개 항목 중 몇 개나 원칙대로 폐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대 국회가 304건의 세법 개정안으로 법체계를 흔들어놓더니 20대 국회는 벌써 15건의 세금 감면 법안을 발의했다. 감면 법안이 거론될 때마다 기재부가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청와대와 정치권에 눌려 말을 바꾼다. 그렇게 정권의 입맛을 맞춰준 덕분인지 세제를 총괄하는 기재부 차관은 다른 부처 장관으로 영전하고, 세제실장은 기관장으로 옮겨 보상받는다.

지금의 세제를 유지하면 2010년 392조 원이던 국가채무는 2019년에 2배 가까운 761조 원으로 폭증한다. 정부는 올해 일몰 대상인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 세제 정상화를 위한 토대만이라도 쌓길 바란다. 그래야 이 정부가 무책임하게 손도 대지 못한 근본적 세제 개혁을 다음 정부는 첫해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비과세#세제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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