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초대형 투자은행’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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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KB증권 몸집 불리기에 신한금투도 “증자”
7월말 육성방안 발표… 본격 경쟁

금융당국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 발표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을 규제 완화의 혜택을 받고, 다양한 투자 상품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일각에서는 대형 증권사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21일 이사회를 통해 신한금융투자의 증자안을 검토하고 승인할 예정이다. 증자 규모는 5000억 원 이상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2조4749억 원인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신한금융지주는 위험(리스크)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신한금융투자의 증자를 수차례 거부해 왔다. 하지만 증자안이 전격적으로 이사회에 상정된 건 대형 증권사 중심의 금융투자업계의 재편이 본격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이 합병해 탄생한 미래에셋대우, 현대증권을 손에 넣은 KB금융지주의 KB증권 등 경쟁자들의 ‘몸집 불리기’도 증자를 더 이상 미루지 못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 3조 원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위한 최저 기준이다. 이 자격을 갖추면 일반 증권사 면허로는 불가능한 기업 대출, 비상장 증권 직접거래,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증권 대여, 헤지펀드 전담 중개업 등) 등의 사업을 추가로 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고위 관계자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만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금융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 자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초대형 IB 육성 방안은 업계의 몸집 불리기를 가속화할 메가톤급 이슈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위는 자금조달 수단 다양화, 예금자 보호가 되는 종금형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한 외화자금 지원,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특히 자기자본 투자와 다양한 상품 개발을 가능하게 해주는 레버리지 규제 완화에 주목하고 있다.

초대형 IB의 자기자본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일각에서 금융위가 자기자본 5조 원을 초대형 IB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자기자본 5조 원 기준을 충족한 증권사는 합병된 미래에셋대우뿐이며, 나머지 증권사가 이 기준을 맞추려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초대형 IB 육성 정책 자체는 환영하지만, 5조 원의 기준이 제시되면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3조 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5조 원 기준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건 없이 규제 완화만 해주면 오히려 증권업에 대해서만 특혜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IB 경쟁이 격화돼 단기간에 자기자본을 늘리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크게 손상돼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일단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증권사에 규제를 먼저 풀어준 뒤, 3년 내 5조 원을 달성하지 못한 증권사에 페널티를 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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