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기술료 지급 소송서 사실상 패소 확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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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분야 세계 1위로 꼽히는 한 중소기업이 한국 해양과학기술원(해양과기원)과 4년에 걸친 특허 기술료 지급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해양과기원이 “특허전용실시료 81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테크로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양측의 상고를 기각해 “테크로스는 8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본안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다.

해양과기원은 2005년 10월 특허 출원 중이던 선박 평형수(운항 시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선박 내 탱크에 싣는 바닷물) 전기분해 소독장치의 전용실시권을 테크로스 측에 주고, 그 대가로 2025년까지 매년 시제품으로 제조한 전해모듈 매출액의 3%를 받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매출액의 3%’라는 문구를 놓고 기술료 계산 과정에서 테크로스는 “전해모듈 판매로 발생한 매출액의 3%”라고 주장했고 해양과기원은 “전해모듈만 따로 판매된 적이 없으니 총 매출액의 3%를 받아야 한다”고 맞서면서 마찰을 빚었다.

해양과기원은 2012년 9월 기술료 청구소송을 냈고 2014년 10월 1심 재판부는 테크로스 측에 “기술료 12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에서 이긴 해양과기원은 청구액을 81억 원으로 올려 항소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특허법원에서 해양과기원의 특허가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효 판결이 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배기열)은 지난해 11월 “특허가 무효로 되면서 계약 사정이 변경됐다고 볼 수 있다”며 “2013년 4월 테크로스의 계약해지 통지 이전의 기술료 8억여 원만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맥락상으로는 법원이 국책연구기관의 과도한 기술료 요구에 제동을 건,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이나 다름없었다. 양측은 올해 1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을 존중해 재판을 열지 않고 상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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