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정책협치 첫 시동은 ‘구조조정’…구체적 방향 두고 온도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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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과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두고는 여전히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향후 신경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광림(새누리당) 변재일(더불어민주당) 김성식(국민의당) 등 3당 정책위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첫 여야정(與野政) 민생경제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는 정부와 여야 간 ‘정책 협치’의 첫 신호탄이었다. 회의는 당초 ‘도시락 오찬’을 겸해 2시간 만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논의가 길어져 2시간 40분이 넘게 걸렸다.

김 정책위의장은 “구조조정은 이해 관계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국민 부담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구조조정 비용 마련에) 재정도 상당한 부분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실제로 어떻게 할지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다 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구조조정에 재정을 동원하자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활용할 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국책은행 출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재원을 늘리는 ‘한국형 양적완화’를 거론했지만, 야 2당은 정부 재정지출의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경은 국회 심의·의결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이를 통해 현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겠다는 게 야당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의가 있었지만 거기까지는 나가지 않기로 했다”며 “한은의 발권력 동원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원칙적으로 재정이 우선 투입돼야 도덕적 해이가 없다”며 “구조조정 문제 대응이 선제적이지 않았다. 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정부가) 미뤄오기만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재정당국과 중앙은행이 가진 다양한 정책수단을 조합해 ‘폴리시 믹스’를 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늘 논의가 추경 편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애초부터 재정 투입을 안 하겠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 (오늘 자리는) 야당의 의사를 전달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부총리는 앞서 이달 초 야당이 추경을 하자고 요청한 것에 대해 “필요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요건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받아주시면 고맙다”며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았다. 유 부총리는 이 날 모두발언에서도 “수출도 안 좋고 민간 활력 둔화로 일자리 창출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말씀을 솔직히 드린다”라며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여야 3당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 지난해 노사정 합의대로 도입 기준을 마련하고 노사 합의로 도입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야당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데 강압이 있었다고 지적하자 정부는 “불법과 탈법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누리과정 예산 논란과 관련해 정부는 6월 둘째 주에 열리는 2차 회의 때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기로 했다. 여야 3당과 정부는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월 1회 정기적으로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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