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뒷북대책도 부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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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 등 ‘살생물제’ 전수조사-허가제 추진… 정작 기업은 성분제출 의무없어 효과 의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 이후 손 소독제 등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환경부가 다급하게 ‘살균’ ‘항균’ 성분이 포함된 모든 제품의 유해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기업은 성분 분석 자료를 환경부에 제출할 의무가 없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는 3일 “살균, 항균 성분이 포함된 이른바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Biocide)는 허가 가능한 물질만으로 제품을 제조해야 하는 ‘살생물제품허가제’를 도입하고 기존 살생물제에 대해선 내년까지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조만간 살생물제 허용물질 기준을 만들고 이 외 성분은 퇴출시킬 방침이다. 이는 유럽연합(EU)에서 1998년부터 시행 중인 ‘살생물제 관리 지침’과 같은 내용이다.

환경부는 현재 생활화학제품 중 위해우려제품 15종에 대해서만 유해성 검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살생물제로 검사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살생물제 기준도 아직 명확하지 않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는 점.

환경부는 현재 법령이 없고 관계 부처와 협의도 안 된 상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함유 성분 서류를 제출해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게다가 위해우려제품과 달리 살생물제는 종류가 많아 시험분석 기관 의뢰도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기업 자체 조사 결과가 담긴 서류만 가지고 위해성을 평가해야 하는 만큼 실효성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환경부는 손 소독제 등을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제품은 화장품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한다. 주무부처에서 허가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 대해 환경부가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또 제품 포장지에 적힌 ‘살균’ ‘항균’ 표기만 보고 점검대상 목록을 만들겠다는 방침도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부는 실제 공산품과 생활화학제품에 어떤 화학물질이 쓰이는지 알 수 없어 포장과 광고 표기를 통해 목록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레킷벤키저(옥시레킷벤키저 본사)의 연례 주주총회에 항의단을 파견한다고 3일 밝혔다. 항의단은 8일에는 덴마크를 방문해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를 공급한 케톡스(현재 폐업)에 대한 책임 문제도 제기한다. 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3일 옥시레킷벤키저 의뢰로 살균제 흡입독성 동물실험을 한 서울대, 호서대 연구팀을 각 대학 연구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연구 교수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정수 기자
#환경부#대책#전수조사#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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