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동생을 위해 불러주던 노래… 이젠 세계적 바리톤이 되고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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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예고 개교 22년만에 한국예종 입학 이산아 군… 어려운 가정형편 극복하고 꿈 키워

이산아 군(오른쪽)이 지난해 한 성악콩쿠르에 참가했을 때 응원하러 온 아버지, 여동생 나래 양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제공
이산아 군(오른쪽)이 지난해 한 성악콩쿠르에 참가했을 때 응원하러 온 아버지, 여동생 나래 양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제공
“아픈 동생을 위해 부르던 노래, 이젠 세계적 바리톤이 되고 싶어요.”

이산아 군(18)은 전남예술고가 생긴 지 22년 만에 성악 전공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처음 입학한 학생이다. 농어촌 지역인 전남은 학생이 적은 데다 전문적인 개인지도 등을 받기 힘들어 한예종 합격이 어렵다.

이 군은 4일 전남 무안군 전남예고 종합예술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노래했다. 그는 바리톤답게 덩치가 큰데도 민첩하고 항상 웃고 다녀 친구들 사이에서 ‘꽃돼지’로 불린다. 이 군은 갖은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바리톤이 되겠다는 꿈을 전해 주는 듯 열창했다.

참석자 800명은 이 군의 노래에 환호했다. 참석자들 가운데는 이 군의 가족과 여동생 나래(가명·6) 양이 있었다. 휠체어를 탄 나래 양은 이 군의 노랫소리를 듣고 잠결에 눈꺼풀을 찡끗하는 듯했다.

나래 양은 선천성 심장질환, 뇌병변장애(1급), 시각장애(1급)로 몸조차 가눌 수 없어 엄마(49)가 한시도 옆을 비울 수 없다. 하우스 설치 일을 하는 아빠(56)는 2남 2녀 자녀들을 양육하고 막내 나래 양 치료비를 마련하는 일이 벅차다.

전남 해남군 우수영에 집이 있는 이 군은 교회 찬양대로 활동하는 부모를 따라가 어릴 때부터 노래를 했다. 이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노래를 좋아하는 부모를 따라 전남 목포 부부합창단 연습에 갔을 때 부부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던 박인승 전남예고 성악교사(44)가 이 군의 성악 재질을 알아보고 다듬어줬다. 박 교사는 “산아는 성악가로 대성할 수 있는 드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군이 바리톤의 꿈을 갖게 된 것은 중3 때다. 나래 양이 TV 소리는 물론이고 부모의 목소리에도 반응이 없었지만 이 군이 부르는 노래에는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났다. 이 군은 이후 동생을 위해 노래를 부르다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

2013년 전남예고에 입학한 이 군은 2년 동안 매일 집에서 학교까지 하루 4시간 거리를 고되게 통학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성악 개인지도를 받지 못한 이 군은 세계적인 바리톤과 국내 성악가들의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연습했다. 이 군은 고교 재학 내내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이 군의 개인 교습 경험은 지난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후원으로 서울에서 받은 게 처음이다.

이 군은 지난해 10월 한예종 수시전형에 합격했다. 이 군의 아버지는 “산아가 힘든 여건을 극복하고 나래를 많이 사랑해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 군은 11일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했다. 한예종에 입학하기 전에 선배 집에서 노래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이 군은 “나래가 박수를 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희망을 잃지 않겠다”며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생활부터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는 이 군의 부모가 학자금이나 각종 대회 참가비를 보탤 여력이 없어 각계의 후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후원 문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061-274-0041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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