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지갈이’로 평가점수 높인 學問사기 교수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0시 00분


코멘트
남이 쓴 책을 표지만 바꿔서 출판하는 ‘표지갈이’ 수법으로 전공서적을 펴내거나 이를 묵인한 50여 개 대학의 교수 200여 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적발된 교수 중에는 사립대의 스타급 교수나 학회장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교수들이 인용 없이 남의 저서나 연구논문의 일부 내용을 베끼는 표절 차원을 넘어 아예 저서를 통째로 이름만 바꿔 펴냈다니 ‘학문(學問)의 사기행위’나 다름없다.

적발된 교수와 출판사는 이공계 전공서적은 구매자가 적고 같은 책을 2권 이상 사서 꼼꼼히 비교하는 학생들이 없다는 빈틈을 노렸다. 원저자는 비인기 전공 책을 펴낼 출판사를 확보하기 위해, 허위 저자는 저서 출간 실적을 올리기 위해 표지갈이에 가담했다. 원저자와 가짜 저자를 연결하는 일은 재고 서적을 처리해야 하는 출판사가 맡았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을 좀먹는 ‘비리의 삼각 커넥션’은 30여 년간 지속된 대학가의 관행이었다.

교수들은 승진 및 재임용을 앞두고 평가에서 높은 점수가 부과되는 저서 발간을 위해 표지갈이의 유혹에 넘어갔다. 실제로 일부 대학의 경우 전공서적을 출판하면 5점을 주는 반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되는 논문은 3점을 주고 있다. 대학교수 평가제도의 전반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

교육부가 최근 연구윤리지침을 강화해 연구 내용이나 결과에 공헌이나 기여가 없는데도 저자 자격을 부여하거나 반대로 공헌이나 기여가 있는데도 저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 모두 ‘부당한 저자 표시’로 규정해 처벌키로 했다. 표지갈이는 심각한 표절인 동시에 부당한 저자 표시에도 해당한다.

교수 재임용 심사 때 제출한 논문이나 저서 등 연구 실적물이 표절로 판명되면 대부분 탈락된다. 대학가의 무너진 연구윤리를 바로 세우려면 ‘표지갈이 교수’는 강단에서 즉각 퇴출시키는 것을 포함해 엄중한 징계가 필요하다.
#표지#교수#사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