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템페스트’로 풀어내는 韓日 ‘갈등과 화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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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태풍기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한일 양국의 두 젊은 예술가 성기웅과 다다 준노스케가 공동 제작한 연극 ‘태풍기담’. 성기웅은 극작을, 다다는 연출을 맡았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한일 양국의 두 젊은 예술가 성기웅과 다다 준노스케가 공동 제작한 연극 ‘태풍기담’. 성기웅은 극작을, 다다는 연출을 맡았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의 정서적 관계를 이보다 더 잘 묘사한 표현이 있을까.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 ‘템페스트’를 각색해 언제나 갈등과 화해 사이에서 관계를 저울질하는 두 국가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그린 작품이 있다. 극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41)이 극본을 쓰고, 동아연극상 사상 최초의 외국인 수상자인 다다 준노스케(多田淳之介·39)가 연출한 연극 ‘태풍기담’이다.

작품은 진정한 복수는 화해를 통해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원작의 줄거리를 따르면서도 각 인물의 역할과 관계를 새롭게 해석했다. 원작은 동생 안토니오의 배신으로 딸 미란다와 함께 망망대해로 쫓겨난 프로스페로가 마법을 익혀 복수할 기회를 잡지만 복수 대신 화해와 용서를 보여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태풍기담의 중심인물은 자신의 나라를 잃은 뒤 남중국해의 어느 외딴섬에 피신해 딸 소은(전수지)과 살고 있는 조선의 황제 이태황(정동환)이다. 그는 매일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알 수 없는 비술을 연마한다. 그러던 중 유럽 순방 뒤 귀국길에 오른 일본 황제 일행이 태황의 비술로 생겨난 태풍으로 인해 섬으로 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 상위의 큰 틀은 ‘일본-한국-남중국해 섬’의 지배 관계다. 하지만 여기에 속한 인간 군상들은 한쪽에서는 피지배자이지만 다른 틀에서는 다른 이를 억압하고 있다. 일본을 피해 섬으로 피신 온 이태황도 외딴섬에서는 원주민들을 비술로 죽이고 유일한 생존자 ‘얀 꿀리’(마두영)를 하인으로 삼아 군림한다. 얀 꿀리는 조난당한 일본인 요리사와 한국 요리사를 하인으로 두고 리더를 자처한다. 결국 물고 물리는 이들의 관계는 갈등으로 치달은 끝에 화해를 맞는다.

결정적으로 이 작품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논리적인 전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극장 문을 열고 나서는 관객들 사이에서 “그래서 결말이 뭔가”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렸다. 8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전석 3만 원. 02-758-2150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템페스트#태풍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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