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체험장 섭외하느라 진땀… 프로그램 부족-지역별 격차 절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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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범실시 학교 사례로 본 2016년 중학교 자유학기제 전망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2학기부터 관내 모든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12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선포식에서 학생들이 바리스타(위 사진)와 제빵기술자 일일체험을 하고 있다. 대구=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2학기부터 관내 모든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12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선포식에서 학생들이 바리스타(위 사진)와 제빵기술자 일일체험을 하고 있다. 대구=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정부가 내년부터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강원과 제주에 이어 대구시교육청이 선제적으로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4개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시범 실시한 데 이어 2학기부터 지역 내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대구에서 시범 실시한 결과 나타난 문제점과 2학기부터 보완할 점을 토대로 자유학기제의 진행 상황을 짚어 봤다.

○ 프로그램 부족과 지역 격차

대구에서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시범실시한 학교들은 지역 여건에 따라 체험장 수준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도심에 있거나 학부모들의 소득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은 학교는 다양한 체험장을 구할 수 있지만, 외곽에 있는 학교는 상대적으로 체험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 체험장 섭외 방식도 현장 교사들의 각개격파로 이뤄지고 있다. 교육청에서 업무 협약을 통해 주선해 주는 체험장도 있지만 대부분의 체험장은 교사들이 먼저 전화를 걸어 협조 요청을 구하고 찾아가 설득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소수지만 학생들을 데리고 교육하는 일에 부담을 느껴 거절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직업 체험장에 대가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협조를 얻으려면 순수하게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장 교사들은 “자유학기제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이런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 내 대형 병원 등 여러 회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일선 학교에서 자유학기제의 장으로 이용토록 하고 있다.

정책을 주도한 교육부가 지원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육부는 타 지역의 우수 사례 정보만을 제공할 뿐 실제 일선 학교에서 필요한 직업체험장 섭외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프로그램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섭외 과정을 도와주고 해당 회사에도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차원에서 전국에 이용 가능한 직업체험장을 섭외해 일선 학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 지역사회 협력-교육부 지원이 성공 열쇠

지역사회가 얼마나 자유학기제에 협력하느냐도 제도 성공의 관건이다.

현재는 대구시가 대구시교육청의 자유학기제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3년 전 김차진 대구시교육청 장학관이 시청을 찾아가 “학생들 직업 체험을 위해 시 산하 기관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을 때만 해도 “교육 분야는 교육청이 알아서 할 일이지 대구시가 나설 일은 아니다”며 시큰둥한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체험을 원하는 소방서, 경찰서, 관공서 등 주요 공공기관은 시의 협조 없이는 이용이 불가능했다. 김 장학관은 거의 매주 시청을 찾아가 “시청 공무원 자녀도 다 혜택을 받는 일이다”, “우리 지역의 우수 인재를 길러 내는 일인데 시가 협조 안 하면 되겠느냐”며 담당자를 만나 설득했다. 김 장학관은 시와 산하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학생 직업 체험 프로그램의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3년 만에 대구시는 산하 모든 기관에 ‘자유학기제에 적극 협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내년에 전국적인 전면 시행에 앞서 이런 문제점들이 보완된다면 자유학기제는 상당한 교육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신향숙 대구시교육청 장학사는 “시범 실시 학교에서 학교 폭력이 줄어들고 아이들 성적이 오르는 등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고 있다”며 “성적 하락 등을 우려했던 학부모들도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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