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뉴질랜드 53년 수교역사 큰 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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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개시 6년만에 FTA 정식 서명
워킹홀리데이 年최대 3000명 확대… 朴대통령 “세계낙농시장 함께 개척”
兩정상 ‘北비핵화’ 긴밀 협력 합의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왼쪽)와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뒤 악수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왼쪽)와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뒤 악수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국 수교 53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뜻깊은 일이다.”(박근혜 대통령)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시장 중심 통합 의지를 상징한다.”(존 키 뉴질랜드 총리)

박 대통령과 키 총리는 2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정식 서명을 선언한 뒤 양국 FTA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양국이 FTA에 정식 서명한 건 2009년 6월 협상 개시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한국은 뉴질랜드와의 FTA 체결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유럽, 북미에 이어 오세아니아로 경제 영토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한-뉴질랜드 FTA가 발효되면 뉴질랜드는 7년 이내에 모든 품목의 관세를 없앤다. 한국은 15년 이내에 교역 품목 96.4%의 관세를 철폐한다. 뉴질랜드산 쇠고기에는 현재 18∼40%의 관세가 붙지만 15년 뒤에는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산 쇠고기와 낙농품 수입이 늘면서 국내 축산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정부가 국산 유제품 소비 증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뉴질랜드 낙농 기업들의 기술을 전수받으면 (양국이 공동으로) 제3국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1월 뉴질랜드 제스프리 사가 제주 농가와 계약을 맺고 재배한 골드키위 8400kg을 싱가포르에 수출한 사례를 들었다.

이번 FTA 서명을 계기로 워킹홀리데이 연간 허용 인원은 1800명에서 3000명으로 늘어난다. 어학연수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된다. 워킹홀리데이는 18∼30세 청년이 현지에서 1년간 취업과 어학연수 등을 할 수 있는 비자다. 양국은 또 매년 최대 150명의 한국 농어촌 청소년에게 8주간 뉴질랜드 어학연수 기회를 주기로 했다. 비용은 양국이 공동 부담한다.

영화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양국은 공동 제작한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시청각 제작물에 대해 뉴질랜드 국내 제작물과 동일한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합의했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유명하다. 한국영화 ‘괴물’의 캐릭터도 뉴질랜드 업체가 디자인했고, ‘올드보이’와 ‘실미도’ 등의 후반 작업도 뉴질랜드에서 이뤄졌다.

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인류 보편적 가치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재명 egija@donga.com·이상훈 기자
#뉴질랜드#한국#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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