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북]호남고속철 개통, 전라선 이용객엔 ‘그림의 떡’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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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증편 열차 모두 서대전 경유
“요금만 비싸지고 도움 안된다”… 전주-남원-여수 주민들 반발

3월 호남선 고속철도(KTX) 개통에 맞춰 코레일이 전라선에도 KTX 운행횟수를 늘리기로 했지만 증회 차량을 모두 서대전을 경유토록 할 계획이어서 전북 전주, 전남 순천 등 전라선 일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재 전북 익산∼전주∼남원∼전남 순천∼여수로 이어지는 전라선에는 KTX 열차가 하루 편도 9차례만 운행되고 있으며, 그나마 익산역에서 갈아타지 않고 곧바로 서울을 오갈 수 있는 직행 열차는 4차례뿐이다. 게다가 전라선은 열차만 KTX일 뿐 일반철도 노선으로 달려 제 속도를 낼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전북도청 소재지인 전주와 남원, 전남의 순천, 여수 등 전라선 철도 이용 주민들은 호남 KTX 개통이 ‘남 얘기’로 들리는 상황이다.

코레일은 3월 호남 KTX 개통에 맞춰 전라선 운행을 하루 편도 13차례로 4차례 늘리기로 하면서 증회 열차 모두를 서대전역을 경유토록 한다는 계획을 최근 국토교통부에 보고했다. 전라선을 운행하는 KTX 열차 3대 중 1대는 서대전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말에는 18회에서 26회로 늘리는 대신 8회는 서대전역을 거치도록 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전주 시민들은 “서대전을 거치지 않으면 전주에서 서울 용산까지 80분이면 갈수 있는데 서대전을 거치면 2시간이 걸린다”며 “서대전을 거쳐 가는 KTX는 전라선을 이용하는 주민들에게는 요금만 올라가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전라선 KTX가 서대전을 경유하면 충남 논산과 연산 지역 주민들도 KTX를 이용할 수 있고 전주와 순천 등에서 서대전으로 가는 승객도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호남 주민들은 논산이나 연산 주민들은 가까운 서대전역을 이용하면 되고 전주에서 서대전을 가는 승객은 KTX가 아닌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주에서 서대전까지 KTX로는 1시간 7분∼1시간 22분에 요금은 1만1200원. 무궁화호는 1시간 21분∼1시간 32분에 7000원이다. 운행시간은 KTX가 일반 열차보다 10분가량 빠르지만 요금은 4200원이나 비싸다.

호남 주민들은 “코레일 측이 노약자나 학생 등 자동차가 없는 사람들이 KTX를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교통 약자들이 10분 빨리 가기 위해서 4200원을 더 지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대전에서 전라선을 잇는 구간은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수시와 순천시도 26일 코레일에 전라선 KTX가 서대전역을 통과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하고 KTX 증차와 좌석 수가 많은 객차를 운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라선 KTX는 3월부터 새 호남선 KTX 노선을 이용하면 여수 엑스포역∼서울 용산역까지 2시간 45분이 소요돼 45분이 단축된다. 하지만 서대전역을 통과할 경우 단축 시간이 5∼10분 정도에 그친다. 여수시 관계자는 “여수 엑스포역에서 서대전역을 통과하는 열차는 하루 무궁화호 9편(왕복 18회), 새마을호 3편(왕복 6회)이 있다”며 “굳이 전라선 KTX가 서대전역을 통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호남 KTX 서대전역 경유를 놓고 호남과 충북도가 반대하고 대전시는 경유 관철을 주장하고 있어 지역 갈등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김광오 kokim@donga.com·이형주 기자 
#호남고속철#개통#전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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