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공단 임원 15년째 ‘警피아’ 독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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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후 임명 27명, 전원 경찰 출신, 국회 “축소” 권고 무시… 2014년도 강행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비판 여론이 커진 가운데 경찰이 산하 도로교통공단 임원 자리를 수십 년째 독식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국회가 5년 연속 “경찰 출신 임원을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경피아’(경찰+마피아) 임명은 올해도 계속됐다.

13일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2000년 이후 도로교통공단 임원 명단’에 따르면 도로교통공단은 사실상 별도 기구인 방송본부 외에 이사장과 3명의 본부장(상임이사) 등 임원 전원을 15년째 경찰 출신으로만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장은 전원 경찰 최고위급 직위인 치안정감 퇴직자로 채워졌다. 현직 신용선 이사장(전 부산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해 2000년 이후 임명된 이사장 7명 모두 경찰청 차장 등 치안정감 출신이다. 안전본부장과 사업지원본부장, 교육본부장, 운전면허본부장 등의 임원은 그 아래 직위인 지방청장급 치안감 및 경무관 퇴직자로 임명됐다. 이렇게 임명된 경피아가 2000년 이후 27명에 달했다. 내부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이 같은 ‘경찰 출신 독식’ 현상은 비슷한 교통안전 업무를 수행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과도 차이를 보였다. 현재 교통안전공단 상임이사 4명 중 2명이 공단 내부 승진자다. 2000년 이후 임명된 임원 32명 중 국토부 출신은 절반에 못 미치는 13명이다.

공공기관을 감사하는 국회는 그동안 이 문제를 여러 차례 도로교통공단에 지적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에 그쳤다. 국회는 2009년 도로교통공단 감사 후 “조직 활성화 차원에서 본부장 임용 시 자체 승진을 고려하라”고 지적했다. 매년 지적해도 개선하지 않자 지난해에는 “임원진이 과도하게 경찰로 구성되어 경영 평가가 나쁘다”며 “외부 민간전문가를 발탁해 경영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라”고 지적 강도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임명된 정모 교육본부장(51) 역시 경찰 출신이다.

전문성 없는 경찰 퇴직자들이 경영을 독점하면서 도로교통공단의 경영 평가 결과도 꾸준히 떨어졌다. 2008년 이후 C와 B를 오르내리던 평가는 지난해 D까지 떨어졌다.

공단 측은 “경찰청 산하기관이 우리 공단밖에 없어 퇴직자 재취업이 집중된 측면이 있다”며 궁색한 해명만 내놨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도로교통공단#공공기관#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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