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꿈 접고, 고기굽기 선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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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
<5>경기 부곡시장 인근 숯불구이점 ‘소와주’ 김시언 사장

“뻔하다는 말, 참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내가 가장 잘 알고, 또 하고 싶은 게 뻔한 일이더라고요. 내가 살던 동네에 내가 가고 싶은 고깃집을 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야말로 뻔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넉살 좋은 뻔뻔함에 마음이 갔다. 21일 경기 의왕시 부곡시장 인근에서 숯불구이 전문점 ‘소와주’ 창업을 준비 중인 청년 김시언 씨(28)를 만났다. 그는 지난달 동아일보와 채널A,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경기도가 공동 주최하는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 사업에 참가해 차세대 청년상인으로 선정됐다.

보기 좋게 그을린 얼굴에 두툼한 손바닥, 튼실한 허벅지를 보면 김 씨는 이미 영락없는 고깃집 주인 같았다. 추석이 지나 선선한 날씨였지만 창업비용을 아끼기 위해 폐업한 고깃집에서 가져온 식탁을 손수 조립하던 그는 반팔 차림을 하고도 땀을 뻘뻘 흘렸다.

“멀쩡한 식탁, 의자 4개가 한 세트에 5000원밖에 안 해요. 초기 비용을 아끼려면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 창업 전 철저한 계량분석


처음 창업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을 때 그는 창업박람회와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로 머리를 싸맸지만 좀처럼 참신한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난한 업종에 점포를 구하기에는 자본이 턱없이 부족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김 씨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자본이 부족한 그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정보였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 김 씨가 가장 잘 아는 건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이었다. 김 씨는 여섯 살 때부터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인 의왕에 살았다.

“가족들과 외식을 하려고 하는데 주변에 갈 만한 고깃집이 없더라고요. 단지 우리 가족뿐만이 아니었어요. 친구,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즐길 곳이 있다면 저부터 찾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씨의 집은 ‘도깨비시장’으로 불리는 부곡시장 바로 옆이다. 이곳은 일반 재래시장처럼 크진 않지만 잠깐 섰다가 사라지는 모습이 도깨비를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 작지만 전통시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만큼 상권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깃집 창업 결심을 굳힌 그에게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김 씨는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 사업을 통해 그간 구상했던 사업을 구체화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그는 창업 후 잠재적으로 가장 큰 경쟁업체로 예상되는 고깃집을 전문가와 함께 방문해 가격과 메뉴, 맛 등을 평가했다.

김 씨는 젊은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우선 국내산 육우를 쓰는 경쟁업체보다 품질이 우수한 미국산 블랙앵거스 최고등급인 프라임급 냉장육을 사용해 고객의 가격 대비 만족도를 높이기로 했다. 또 마늘, 솔잎, 허브를 사용한 갈빗살 양념을 자체 개발해 고객의 다양한 기호를 만족시키고, 불을 이용한 요리가 가능한 철판을 설치해 볼거리까지 제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창업 전 계량분석도 철저히 했다. 김 씨는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 교육을 통해 알게 된 중소기업청의 상권분석시스템을 활용해 비슷한 입지와 규모의 경쟁업체를 분석한 결과 월 매출이 5000만 원에 이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월 매출 2600만 원을 손익분기점으로 잡고 있던 그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 “中 유학비용 1000배 다시 가져올것”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김 씨는 자신이 고깃집 사장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사실 그의 꿈은 프로야구 선수였다. 의왕부곡초 3학년 때 뭣 모르고 야구를 시작한 그는 어느새 야구를 뺀 삶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충암고 2학년 때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하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아픈 걸 참고 무리하게 쓴 탓에 재활도 쉽지 않았다. 부모님은 중국에 가서 야구를 계속할 것을 권유했지만 그는 야구를 잊기로 했다.

그 대신 김 씨는 중국에서 사업으로 성공하겠다는 새 꿈을 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인 2005년 9월 그는 중국 베이징어언대 경제무역과에 입학했다. 학교 측에서 고교 성적이 낮다며 세 번이나 입학을 거절했지만 야구부 성적을 증명해 간신히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바꾸기 위해 밤새워 공부했다.

중국에서 무역회사를 다니던 김 씨는 창업할 생각으로 올해 4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학 졸업 후 3년 동안 알뜰히 모은 종잣돈 4000만 원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점포 임차보증금 5000만 원은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받기로 했다.

“첫 번째 목표는 제 점포를 성공시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발돋움하는 겁니다. 그 다음은 중국 진출입니다. 제가 선택한 숯불구이 전문점은 중국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학 시절 제가 중국에 줬던 학비와 생활비의 100배, 1000배를 한국에 다시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경기도는 창업 초기부터 경영 안정화 단계까지 종합적인 ‘패키지 성공창업 지원’을 통해 김 씨와 같은 청년상인들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기도는 김 씨가 창업한 뒤에도 지속적인 멘토링과 사후관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의왕=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야구선수#고기굽기#소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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