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동물학대 외면하는 모든 사람은 ‘나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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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홀로코스트/찰스 패터슨 지음/정의길 옮김/376쪽·1만5000원·휴

유대인 강제수용소인 아우슈비츠 소장 루돌프 회스는 우생학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의 자서전에는 아우슈비츠를 당초 동식물 종 개량을 위한 연구소로 만들려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회스는 이후 정부에서 유대인 대량 절멸을 구상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 결과 아우슈비츠는 동물 대신에 인간을 분류해 ‘하위 인간’으로 지목된 유대인과 집시 등을 대량 학살하고 우월한 종만 남기는 ‘인간 우생학센터’로 탈바꿈한다.

유대인 수용소의 운영방식 역시 당시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췄던 가축 도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스실은 당시 도살장 구조를 본떠 만들었다.

이 책은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하위 인간’을 분류해내고 이들을 학대하는 방식이 동물 학대에서 연원한다고 강조한다. 또 그 학대의 원리가 생명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결국은 같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동물과의 관계에서 모든 사람은 나치이다. 그 관계는 동물에게는 영원한 트레블링카(유대인 수용소)다”라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아이작 싱어의 말을 인용하며 동물의 고통에 눈감는 현대 사회가 정상적인지 반문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우생학#동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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