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까지 들통… 검사들 “얼굴을 못들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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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던 ‘음란행위 지검장’ 사실로
“밤길 배회말라고 지시할수도 없고”… 대검, 뾰족한 대책 못세우고 ‘끙끙’
김수창 공연음란죄 적용되지만… 파장 감안 무거운 형사처벌 예상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2)의 길거리 음란행위가 22일 경찰 수사로 확인되자 검찰 조직은 말 그대로 ‘집단 쇼크’에 빠졌다. 전체 검사 1900여 명 중 49명만 오를 수 있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불리는 현직 검사장이 저지른 성적 일탈행동이 조직에 가져온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에이미 검사는 사랑이라도 했지”


이날 검찰 곳곳에서는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창피하다” “검찰 역사상 최대의 치욕”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냐” “무슨 대책이 있겠느냐”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특히 음란행위의 양태가 단순하지 않고, 사건 당일인 12일 밤 20분에 걸쳐 왕복 7차로를 무단횡단해 2개 건물을 오가며 벌어졌다는 사실에 충격이 더 컸다. 신체 중요부위를 노출시킨 김 전 지검장의 옆으로 휴대전화를 든 행인이 걸어가기도 했고, 오가는 차량을 향해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도 담겨있다는 경찰 발표에는 경악해하는 분위기였다.

대검찰청도 사건의 특성 때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하루 종일 끙끙 앓기만 했다. 문제가 된 비위행위가 향응을 받은 것이라거나 업무 과정에서 빚어진 성추행 같은 것이었다면 비교적 답이 뚜렷하고 갖가지 대책으로 조직을 다잡을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개인의 취향이나 병리적 요소가 포함된 만큼 쉽게 대책을 내놓기도 어려웠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밤길을 배회하지 말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할 수도 없지 않느냐. 검사장까지 오른 고위공직자가 그런 행동을 저질렀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우리도 답답한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임은정 창원지검 검사가 촉발시킨 검찰 내부 게시판 논쟁은 일부 검사가 “중징계 사안이 아닌 만큼 사표 수리에 문제가 없다”는 반박성 댓글을 올리면서 확산되고 있다.

‘징계 없는 사표 수리’에 반발하는 기류는 젊은 평검사와 여성 검사 등 검찰조직 ‘아래쪽’에서 더욱 강경했다. 한 검사는 연예인 에이미(본명 이윤지·32)의 해결사를 자처하다 형사처벌을 받았던 춘천지검 전모 전 검사의 사례를 들며 “에이미 검사는 차라리 사랑이라도 했지, 김 전 지검장은 음란행위를 길거리에서 했는데도 감찰 한 번 없이 면직처리한 점은 쉽사리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사건 파장 감안해 무거운 형사처벌 예상


법무부는 이날 박정식 부산고검 차장을 제주지검장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부산지검 2차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을 지내며 일선 조직관리 경험이 많은 인물을 보내 제주지검의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검장은 다른 공연음란 피의자보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길거리 음란행위자를 일컫는 ‘바바리맨’ 사건에서 초범이고 반성하면 대개 기소유예나 가벼운 벌금형으로 처벌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이 가져온 파장을 감안해 이전보다 높은 수위로 처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수창#공연음란죄#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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