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마감 다가오면 집중력 쑥쑥 ‘결핍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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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경제학/센딜 멀레이너선,엘다 샤퍼 지음·이경식 옮김/476쪽·1만8000원·RHK

일에 쫓겨 운동이나 건강 검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걸 미뤄본 경험이 있는가. 걱정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솔깃하게 다가올 것이다. 시간, 돈은 물론이고 정신적 여유가 부족해 많은 이들이 허덕이는 현상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센딜 멀레이너선과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인 엘다 샤퍼가 머리를 맞대고 분석했다.

결핍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리포트 제출 시한이나 프레젠테이션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된다. 결핍이 가져온 힘이다.

하지만 하나만 보고 달려가면 나머지를 놓칠 수 있다. 터널에 들어가면 멀리서 빛나는 출구만 보이고 주변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98년 정해진 날짜에 우주선을 쏘는 데 집중하느라 프로그램 오류를 점검하지 못했다. 우주선은 화성에 도착했지만 아무 정보도 전송하지 못했다.

걱정은 정신적인 능력의 상당 부분을 소모시켜 역량을 발휘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 걱정을 하는 데 정신 능력을 많이 소진해버려 업무에 쏟을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납고 완강한 결핍의 덫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미리 계획을 세우고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결핍의 충격을 제어할 수 있는 느슨함을 가지라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미국 세인트존스병원은 32개 수술실의 일정이 꽉 차 있어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예정된 수술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병원이 초빙한 자문관은 수술실 하나를 비우라고 처방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비운 수술실은 응급환자로 채워지고 나머지 수술실은 예정된 수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마 안 가 수술 건수는 5.1% 늘었고 오전 3시 이후의 수술은 45%나 줄었다.

결핍을 가져온 원인을 분석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결핍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없어도 될 것이 많을수록 부유해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결핍의 경제학#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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