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될성부른 떡잎’ 김향기, 14세 소녀? 당당한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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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3월 27일 1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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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향기는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cut@donga.com
배우 김향기는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cut@donga.com
“향기야, 꽃향기 좀 맡아봐~” 꽃과 함께 사진을 찍던 배우 김향기(14)가 사진 기자의 농담에 웃음을 터트렸다. 촬영 내내 웃음을 멈추지 않는 그를 보니 스크린에서 한없이 슬픈 표정을 짓던 소녀가 맞나 싶었다.

김향기는 새 작품 ‘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에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으면서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10대 소녀 천지 역을 맡았다.

김향기는 동명의 원작소설 ‘우아한 거짓말’과 시나리오를 읽은 뒤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는 “천지와 같은 아이가 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눈빛으로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쉽지 않은 연기가 기다렸지만,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 매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원작을 읽었을 때 슬프기도 하고 제가 맡은 천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 것 같아요. 이 작품을 보고 소홀하게 된 가까운 사람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극 속에서 천지가 하는 말과 행동은 담담하고 묵직하다. 천지는 엄마와 언니가 걱정할까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말을 아끼고 꼭꼭 숨긴다. 하지만 천지가 말하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는 관객들에게 강한 펀치를 날리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이해하기 힘든 대사들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천지 역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대사를 볼 때마나 많이 울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대사를 뱉을 때마다 천지의 감정이 저절로 느껴져 어려웠던 대사들이 저절로 이해가 될 때도 있었죠.”

또래의 이야기다보니 김향기도 공감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요즘 TV에서 나오는 ‘학교 폭력’이나 ‘왕따’ 사건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그는 “TV에서 ‘왕따’, ‘은따’ 사건을 많이 봤다”며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연기를 해보니 저 상황에 처하면 정말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천지는 미라가 말 한마디를 건네줬을 때 기뻐했잖아요. 친구들 중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친구들이 있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줘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가까운 친구일수록 신경을 쓰고 바라봐주는 것도 중요하고요.”
배우 김향기.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김향기.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김향기는 올해 중2가 됐다. 신학기 중 만난 김향기는 중1때 친한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한 반이 됐다”며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 공부를 잘하느냐는 질문에는 “흐흐흐”라며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러면서 중학교에 들어가며 과학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비커에 여러 가지 용액을 섞으면서 반응을 살펴보거나, 불로 태워보고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보고 있으면 신기해요. 과학은 점점 좋아지는데 수학은 점점 어려워져 난감해요. 좀 있으면 중3이 되니까 내신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학교수업에 더 충실해져야 할 것 같아요.”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평범한 여학생이 된다는 김향기. 연기를 할 때는 7080노래를 들으면 마음의 안정을 취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땐 그도 엑소 팬이 된다.

“아이돌 그룹을 전혀 몰랐어요.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도 몰랐죠. 그런데 학교 친구들이 만날 엑소 이야기만 하니까 멤버들이 누군지도 찾아보고 노래도 들어봤어요. 저도 자연스레 좋아하게 됐어요. 하하.”

어떤 멤버를 좋아하는지 묻자 그는 다소 과격한 팬덤을 의식(?)한 듯 한참을 망설이더니 한 멤버의 이름을 슬쩍 말하며 이건 비밀로 하자며 귀엽게 답했다.

하지만 14살 소녀 김향기에게 최고의 흥밋거리는 역시 연기다. 그는 “연기하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자 재미”라고 말했다.

“연기를 하면 마음 속 응어리들이 풀리는 기분이에요. 또 남이 되어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껴요. 많은 역할을 하다보면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게 되고요. 작품 속 캐릭터마다 느껴지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아 연기를 하는 것이 좋아요.”

김향기는 앞으로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앞으로의 목표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지금 연기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에 빠져있어요. 차근차근 생각해가며 해결해보려고요. 제 목표요? 하는 역할마다 진심이 느껴지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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