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이영]예술의전당 뜬구름 잡는 기획, 탁상행정 아닌가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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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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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영 문화부 기자
조이영 문화부 기자
3월 취임한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66)이 14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추진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고 사장이 주도해 마련했다는 6가지 신규 사업의 대부분은 예술의전당이 굳이 해야 하는 일인지, 실행 가능한 것인지 물음표를 남긴다.

가장 핵심적 사업은 예술의전당 기획 및 대관 공연 실황을 고화질 영상으로 제작해 전국 영화관과 문예회관, 학교에 보급한다는 것이다. 8월에 공연하는 전당 자체 기획 오페라 ‘투란도트’부터 당장 영상물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립발레단 ‘돈키호테’, 국립현대무용단 ‘해외 안무가 초청공연’, 국립오페라단 ‘라보엠’까지 8편을 영상물로 만들 예정이다.

예술의전당은 이를 위해 외주제작업체를 선정 중이다. 외주 제작업체 측에서 편당 5000만 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올해 8편을 제작하려면 총 4억 원이 필요하지만, 아직 예산도 마련하지 못했다. 고 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하고는 이미 소통을 했다. 예산이 없으면 예술의전당 후원회와 민간 기업들과 상의해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자칫 실속 없는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예술의전당 영상물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최신작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메트 온 스크린’을 모델로 한다. 고 사장도 “이 사업의 키포인트는 메트 온 스크린 같은 고화질 영상과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했다. 메트 작품을 수입, 배급하는 인스터피씨엠의 김민성 팀장은 “최근 메트 영상물 한 편당 제작비가 150억 원에 이른다. 최신작인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은 영상물 제작에 100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관객주도형 기획 시스템은 더 큰 물음표를 그리게 한다. 고 사장의 설명은 이렇다. 예컨대 내년 어버이날,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아이디어를 관객에게 공모한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시 관객에게 묻는다. 주인공은 누가 좋을지, 이야기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지 의견을 취합한다. 공연 제작비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한다. 이 작품이 대성공해서 수익을 거두면 일부를 기획에 참여한 관객에게 돌려준다. 자체 기획력에 자신이 없으니까 관객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포퓰리즘적 발상 아닐까.

취임 당시 전문성 없는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고 사장은 이날 이렇게 말했다. “공연 경험이 없는 건 맞지만 새로운 기획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공무원 30년 한 사람보다 제가 더 나을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문화예술공간으로서 예술의전당이 하는 일이 그냥 새롭기만 하다고 될까.

조이영 문화부 기자 lycho@donga.com
#예술의전당#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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