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성장]북한의 중국 의존, 언제까지 남의 일로 볼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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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한의 핵심 실세인 장성택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되는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를 위한 조중공동지도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방중했다.

장성택의 방중은 김정은의 공식적 권력승계 이후 이루어진 고위급 방중이어서 특히 국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장성택의 방중과 관련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유감스럽게도 현실과 괴리된 확대 해석을 보였다. 예를 들어 일부 전문가는 “장 부위원장을 보좌하게 될 대표단의 면면이 북한의 정상급 대표단을 연상케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김정일의 방중에는 주로 군부의 핵심 인사 1∼2명, 강석주 부총리, 부총리급 또는 장관급으로 간주할 수 있는 당 중앙위원회 비서 또는 부장들이 동행했다. 이들은 대부분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또는 후보위원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장성택의 방중에 동행한 이들은 김성남 당 중앙위원회 국제부 부부장, 이광근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 김형준 외무성 부상으로 이 중 정치국 위원이나 후보위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이광근 위원장이 동행한 것은 나선·황금평 특구가 중국 자본의 유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정상급 대표단’ 주장은 부적절


그리고 중국어에 능통한 김성남 부부장의 동행은 장 부위원장과 중국 공산당 지도부 간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김 부부장을 단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어 전용 통역’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부적절하다. 김 부부장은 과거에도 최영림 총리와 리커창 중국 국무원 부총리 간의 회담 등 각종 북-중 회담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김형준 부상이 동행한 것은 중국 담당 외교관으로서 양대 특구 관련 각종 협정과 양해문 등 외교적인 문건을 작성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방중단은 ‘정상급 대표단’이라고 간주하기에는 정치적 중량감이 많이 떨어지는 실무형 인사들로 구성된 것이다.

일각에서 “이번 장 부위원장의 방중에서 북한이 보여주는 의전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하는 주장도 실제와 동떨어진 주장이다. 북한의 정상외교와 북-중 간 각종 고위급 교류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 없이 장성택이 이끄는 대표단의 위상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장성택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만난다고 해서 그가 ‘국가수반급 대우’를 받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도 부적절한 해석이다. 북-중 간 고위급 교류의 전통에 따라 북한에서 중요 인사가 방중하면 중국 지도부가 만나주고, 반대로 중국에서 중요 인사가 방북하면 북한 지도부도 만나서 대화를 가져 왔다.

이 같은 전통에 따라 과거 김정일은 방북한 멍젠주(孟建柱) 중국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공산당 조직부장, 장더장(張德江) 중국 부총리,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을 접견했고, 후 주석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총리, 최태복 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영일 당 중앙위원회 국제부장 등을 접견했다.

따라서 장 부위원장이 후 주석을 만난다고 해서 그의 위상이 갑자기 높아졌다고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장성택의 위상에 대한 과대평가는 그의 방중 목적과 방중 성과에 대한 부적절한 확대해석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높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의에서는 장성택이 참석한 회의에서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개발 문제를 논의할 양대 특구 관리위원회 설립이 선포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대 특구의 개발이 계획 수립 단계에서 이제 구체적인 실천과 관리 단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황금평 특구 개발을 위한 세부계획이 작성되고, 특구 기초시설 건설공정 설계에 관한 양해문 등이 조인되어 황금평 개발은 이제 본격 추진 단계로 나아가게 되었다.

나선·황금평 특구 개발은 큰 진전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황금평에서 용지 조성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중국 측에서 황금평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거나 이 사업이 포기된 것처럼 주장해왔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위해 황금평 개발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북한도 중국 자본과 기술의 유치를 위해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양대 특구의 공동개발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이번 회의에서 합의되어 북-중은 앞으로 위화도지구 개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가 북-중 경협의 확대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안 양국 간 경협은 상호 이해관계의 일치로 계속 전진하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북-중 경협 확대로 인한 북한 경제의 대중(對中) 의존도 심화를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시론#정성장#장성택 방중#황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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