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중경]해외원조 통합부처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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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동국정경연구원장 전 지식경제부 장관
최중경 동국정경연구원장 전 지식경제부 장관
한국의 경제발전모델은 세계사에 우뚝 서 있는 독자발전모델이다. 한국은 서구의 지식인들이 설파한 경제발전공식도 그대로 구사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반대편으로 움직여서 커다란 성공을 이룩했다. 필자가 한국경제발전론 ‘청개구리 성공신화’를 쓴 이유다. 한 세대 만에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유일하게 올라선 대한민국은 많은 개발도상국의 우상이다. 이런 한국의 경험을 세계가 배우고 싶어 한다. 한국은 이제 그런 나라들에 우리의 경험을 진솔하게 전해주어야 할 위치에 서 있다.

원조 주도권 놓고 부처간 신경전

그러나 과연, 우리는 ‘정다운 친구, 따뜻한 이웃’으로서 그들을 대하고 이끌어 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미안하지만 대답은 ‘아니다’이다. 그들을 가르칠 교과서도 부족하고 늘어나는 원조자금 규모에 걸맞은 관리시스템도 없는 실정이다.

도움을 주려면 도움을 받는 쪽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현재 한국의 개발 경험을 배우고 싶어 하는 나라들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발전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를 맡고 있는 지식경제부 등 산업담당 부처들은 원조사업의 뒷전에 밀려나 있다. 대외원조의 중점이 산업협력에 놓이지 못하고 거시경제정책이나 교육 위생 같은 인도주의 지원을 주로 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본다.

여기에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는 대외원조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유상지원(차관 형태로 빌려주는 것)은 기획재정부가 담당하고 무상지원은 외교통상부가 담당한다’는 현재의 구도는 ‘나눠먹기식 밥그릇 질서’에 불과하다. 또 원조분야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 각 부처가 지원하고 있는 중점지원국가가 다르고 중점지원분야도 다르다. 한마디로 효율과 능률을 제대로 추구할 수 없다. 하루빨리 원조통합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원조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지원국가별 프로젝트 설정, 프로젝트별 자금 배분, 프로젝트 실현을 위한 사업주체 선정·관리 등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조직적으로, 또 정부 전체 관점에서 조율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현재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는 대외원조기능을 통합하고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협력기금 운용 부서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도 통합해야 한다. 전담 부처가 만들어질 경우 지식경제부를 필두로 하는 산업담당 부처들이 핵심 요원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원조전담 통합부처 신설은 규모가 날로 커지는 대외원조 예산을 올바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웃 일본은 이미 유·무상 원조기관을 통합해 체제를 가다듬은 바 있고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대부분의 선진국도 전담 부처를 두고 있다.

원조는 신종 서비스 산업

대외원조는 단순히 원조 수혜국에만 득이 되지 않는다. ‘개발 컨설팅’ 같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신종 서비스 산업이다. 예를 들어 지식경제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60+20’ 프로젝트 같은 것이다. 60대 퇴직자 1명과 20, 30대 청년 2명이 3인 1조로 해외에 파견돼 석탄개발 등 해외 블루오션을 찾는 사업이다.

원조의 효율화는 대한민국의 대외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 경제성장을 통해 한국이 몸집을 불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지식국가로 국제사회에 자리매김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고 현실적이다. 지식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을 목마르게 원하고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선생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훌륭한 선생님일 뿐 아니라 경제발전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원조전담 통합부처 신설을 통해 대외원조 행정체계에 일대 혁신을 이루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

최중경 동국정경연구원장 전 지식경제부 장관
#해외원조#통합부처#경제발전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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