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상욱]택시가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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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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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전국 택시업계 노사 2만 명이 2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택시 노사는 공동으로 택시산업 생존을 위한 대책으로 택시요금 현실화, 택시연료 다양화, 공급 과잉 택시 감차 보상, 택시 대중교통 편입 등 5개항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전례 없는 대규모의 시위도 그렇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택시 문제는 대선정국까지 계속 이슈화될 조짐을 보인다.

현재 전국 택시는 25만 대, 종사자는 30만 명이며 하루 평균 이용객은 1300만 명이다. 연간 약 50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여객운송 부문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렸던 택시산업은 이제 사양산업으로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자가용과 대리운전 등이 증가하면서 택시 수요가 계속 줄어드는데도 새로운 택시 수요 창출을 위한 노력 없이 당국의 선심성 택시 증차가 계속돼 왔다.

전국적으로 20%인 약 5만 대 택시가 공급 과잉으로 추정된다. 택시 운행원가의 약 30%에 이르는 액화석유가스(LPG)는 10년 새 2.8배, 최근 3년간 28%나 올랐다. 차량가격은 20%, 인건비도 약 10% 올랐다. 대부분 지역에서 택시요금은 3년째 동결됐다. 승객은 줄고 비용은 계속 오르자 벌이가 시원찮은 빈 택시가 넘쳐나고 있다. 외향은 번듯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곪아가고 있는 것이다. 1인 1차제가 보편화된 현실에서 법인택시 운전사 대부분은 15시간 이상 운전해야 사납금을 채우고 한 푼이라도 더 가져갈 수 있다. 이처럼 열악한 운전사의 근로 현실에서 친절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택시를 보다 안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택시산업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택시산업의 비용 절감 대책 차원에서 저비용 친환경의 다양한 택시 연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은 LPG 외에 압축천연가스(CNG), 클린디젤(경유),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다양한 친환경 연료와 차량을 택시에 활용하고 있으며 정부가 부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가격 자율화 이후 가격 담합 등 독과점의 폐해를 안고 있는 LPG 전용 택시 문제는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택시요금 현실화 문제는 투명한 경영 원가 분석의 제도화를 전제로 정례적인 요금 조정을 통해 원가 보상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공급 과잉 택시 문제는 지역에 따라 시급한 곳도 있으나 개인택시 면허 정년제 도입, 택시 운행관리 강화를 통한 불법택시 퇴출, 한시적인 지역별 공급 중단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없을 경우 예산만 낭비하고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합승 택시, 등교 서비스, 농어촌 지역 택시 쿠폰 서비스제 등 과감한 운행 방식 개선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노사가 요구하고 있는 택시의 대중교통 포함 문제는 당위성의 논의 차원을 떠나 구체적인 실익 판단이 필요한 정책 문제다. 외국에 비해 3∼5배 높은 택시 분담률, 10%대가 넘는 출퇴근 시 이용률, 심야시간대 유일한 이용수단인 점을 감안하면 대중교통 영역에서 택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택시업종에 고유한 전액관리제, 사납금제 등 근로 여건이나 감차 구조조정 등 정부 지원은 당국의 의지 문제이지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된다고 해서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대중교통의 획일적인 규제의 틀에 갇혀 택시의 다양한 요금과 서비스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버스처럼’이 아닌 택시산업 고유의 차별화된 공공성 확보와 당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택시산업 활성화 특별법’ 제정이 대중교통정책 기조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택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좀 더 바람직할 것이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시론 강상욱#택시#택시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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