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달말 준공 경기도농업기술원 ‘스마트 식물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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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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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지열로 24시간 가동… 로봇 농부가 씨 뿌리고 수확까지 척척

햇빛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이용해 상추 등 각종 채소를 기르고 있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의 밀폐형 식물공장. 2010년 문을 연 이곳은 로봇(가운데)이 재배판을 옮기는 자동화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달 말에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반밀폐형 식물공장이 문을 연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제공
햇빛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이용해 상추 등 각종 채소를 기르고 있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의 밀폐형 식물공장. 2010년 문을 연 이곳은 로봇(가운데)이 재배판을 옮기는 자동화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달 말에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반밀폐형 식물공장이 문을 연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제공
반도체공장에서나 봤던 로봇이 상추 씨앗을 뿌린다. 어린 씀바귀 위로는 햇빛 대신 핑크색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내리쬔다. 낮에는 햇빛을, 밤에는 LED 불빛을 쬐는 식이다. 다 자란 상추 ‘베드’(채소 재배용 판)를 기다란 로봇팔이 쉴 새 없이 옮긴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이달 말 준공되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스마트 식물공장’에서 실제로 볼 수 있거나 조만간 개발을 앞둔 첨단 기술이다.

○ ‘로봇 농부’가 파종부터 수확까지


지난달 28일 경기 화성시 기산동 경기도농업기술원 내 유리온실. 115m²(약 35평) 크기의 온실이 바로 태양광 병용형 식물공장이다. 돔구장처럼 천장이 개폐식이어서 반밀폐형 식물공장이라고도 한다. 국비와 도비 등 1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시험가동이 한창이다. 내부는 마치 도서관 서고를 연상케 한다. 책꽂이처럼 생긴 다단식 베드 8개가 놓여 있고 베드 위 작은 구멍들에서는 어린 상추가 자라고 있다. 모두 흙이 아닌 스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기술원 미래농업팀 소속 이상우 박사는 “날씨가 좋으면 천장을 활짝 열어 자연광과 공기를 받아들이고 흐린 날이나 밤에는 LED 인공광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공장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시로 물이 분무돼 온도와 습도가 항상 최적의 조건으로 맞춰진다. 상추는 24시간 광합성이 가능해 공장을 풀가동하면 노지 생산 때보다 재배기간을 절반(약 38일)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매일 12시간 잠이 필요한 씀바귀는 하루 12시간의 수면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과 지열을 사용한다. 낮에는 공장 가동에 필요한 시간당 70kW의 전기를 모두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한다. 또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의 70%를 지열로 얻는다.

기술원 내 미래농업연구센터에도 식물공장이 있다. 사방이 막혀 있는 밀폐형 공장으로 2010년 문을 열었다. 192m²(약 60평) 크기의 공장 한가운데에는 1.5m 높이의 로봇이 있다. 대규모 물류센터에서 쓰이는 로봇을 개량해 만든 것이다. 채소의 성장 단계에 따라 재배판을 옮기는 일이 ‘로봇 농부’의 역할이다.

파종 로봇 개발도 추진된다. 그동안 재배 과정은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씨앗을 뿌리는 일은 사람의 손으로만 가능했다. 작은 스펀지 위에 핀셋으로 씨앗을 올려놓는 작업이라 재배판 1개를 파종하는 데 20분 정도 걸렸다. 하지만 파종 로봇은 1분 정도면 마칠 수 있다. 파종 로봇이 개발되면 식물공장이 사실상 100% 자동화된다는 의미가 있다. 임재욱 원장은 “생산과정이 자동화되면 노동 강도가 낮아지고 근로환경이 개선돼 고령자나 장애인의 농업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식물공장은 ‘신성장동력’


국내에는 공공 및 민간에서 운영하는 식물공장이 15개 있다. 이 가운데 연구용 공장을 제외하고 판매용 채소를 생산하는 곳은 4, 5곳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 생산단가가 높고 수요가 많지 않아 호텔 등 극히 일부에서만 취급하고 있다. 전망은 밝다. 식물공장 기술은 농업 분야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분야의 동반성장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다. 중동 러시아 등 기후가 열악한 곳일수록 식물공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미 중동 일부 국가에서는 경기도의 식물공장 기술 도입을 협의 중이다. 이상우 박사는 “식물공장은 안정적인 식물 공급, 고령화 인력 활용, 생명공학 연구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며 “특히 설비와 기술 수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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