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혜숙]주5일 수업, 全人교육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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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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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교육연구소장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교육연구소장
우리나라에는 가끔씩 교육을 위한 것도, 교육 현장의 요청에 따른 것도 아닌 이상한 교육정책이 출현해 교육이 어디로 가는지 혼란스럽게 만들곤 한다. 3월 개학부터 시행한다는 주5일 수업제도 그런 교육정책 목록에 이름을 올릴 듯하다. 작년 6월 국무총리실이 전면 도입을 예고한 데서 보듯 교육 외부의 필요와 명령에 의해 강요된 정책이다. 격주로 시행되던 토요 휴업일에 대한 엄중한 평가와 피드백을 기초로 만들어진 정책은 더더욱 아니다. 레저 산업 발전에 일조하도록 교육이 이용되는 것 같은 피해의식은 필자만의 소견일까.

質높은 ‘토요 프로그램’ 제도화를

문제는 교육이다. 예견대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교육과 달리 학교와 관련 기관의 준비는 기준 미달이다. 개학하면 안내문이 올 것이다. 그러면 학부모들은 학원에 아니면 체험학습장에 보내야 하나, 학교 프로그램은 잘 모르는 데다 왠지 오갈 데 없는 아이로 만드는 것 같고 선생님을 귀찮게 하는 아이로 찍힐까봐 망설이는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학교와 아이들이 주5일 수업제라는 교육정책 아닌 교육정책으로 혼란을 겪을 것이 뻔하니 한숨 섞인 우려가 앞선다. 어쨌거나 지금은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줄일까 함께 고민해 볼 수밖에. 주5일 수업제는 성공 운운의 대상이 아니고 부작용을 줄이는 게 목표다. 여러 염려 중에서도 아동 방치와 일탈 문제, 사교육비 증가, 교육력 약화 등이 드러나는 문제점이어서 그 부작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어린 학생들의 방치와 중고교생의 일탈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학교가 예외 없이 다양한 토요 프로그램을 정성을 다해 운영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5일 수업제의 태생적 문제는 대부분 부모가 주5일 근무를 하게 될 때 학교가 그에 맞추어야 하는데 순서가 뒤바뀐 데 있다. 나 자신도 일하는 엄마로서 고민 끝에 아이에게 늦잠을 자는 호사를 누리도록 하는 선에서 어정쩡한 해결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토요 프로그램이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 학생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지거나 시범학교 사례가 쇼케이스가 되어 전체가 그런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모든 학교가 “토요일에 학교에 오세요”라고 외치는 야심 찬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둘째, 주5일 수업제는 바빠진 학원가의 움직임이 말해주듯 망국적인 사교육을 조장하는 결과가 예견되는 만큼 억제 대책이 절실하다. 중산층의 경우 마땅치도 않은 학교 프로그램에 눈치 보며 참여하느니 학원이나 사설 체험학습기관을 찾게 되고 이는 사교육비, 경제적 부담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동안 방과후 프로그램은 심혈을 기울인 전인교육의 장이라는 평가 대신 사설 기관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식의 접근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꿈같은 주문이지만 비용은 지금의 반으로, 프로그램의 질은 지금의 배로 올릴 수는 없는 것일까.

수업시수 지켜 교육력 약화 막아야


셋째, 수업시수 감소로 예견되는 교육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2월 봄방학 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획기적 방안을 검토할 때다. 특별활동조차 시간만 잡아먹는 것으로 여기는 학생과 학부모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겨울방학을 줄이고 평일 수업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편법 동원의 가능성만 높일 수 있다. 차제에 학기제를 개편해서라도 수업시수를 온전히 지키고 전인교육적 요소가 강화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부모의 주5일 근무제가 보편화될 때까지 학교는 토요일에 살아 움직여야 한다. 토요일에도 학교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학생과 여전히 기대고 싶은 학생들을 학교는 어서 오라고, 여기 온갖 좋은 것이 많다고 함박웃음을 띠며 맞아들여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학교가 교육복지의 산실로, 전인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꿈꿔 본다.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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