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석훈]금융권 성과급 잔치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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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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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권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떤 은행은 최대 기본급의 300%를 지급한다고 하고, 어떤 보험회사는 연봉의 30∼40%에 해당되는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금융회사의 고액 임금수준을 고려하면 상당한 액수의 성과급이다.

매일 치열하게 생존과 사투하는 일반회사의 경우에는 영업성과에 근거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성과급 잔치의 경우에는 좀 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의 진입과 퇴출이 비교적 자유로운 일반회사와는 달리 금융회사는 국가에서 제한적으로 발급한 라이선스가 수익 창출의 중요한 원천 중의 하나다. 예를 들어 국내 은행들이 그해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은 은행들의 주주와 은행 종사자들의 노력에도 기인하지만, 상당 부분은 정부가 소수의 은행만을 허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경우에는 정부의 허가권 그리고 이로 인한 독점권을 수익의 배분 과정에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더욱이 한국의 금융회사 중 현재의 은행들은 직간접으로 국민의 세금 지원을 받은 경력이 있다. 현재 창출한 은행의 부가가치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국민기여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주 중심의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중심 자본주의, 소비자 자본주의로 변모 또는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통적인 주주 중심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주주 중심 자본주의에서는 주주의 이익만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됐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나 소비자 자본주의는 모두 기업 경영활동에서 회사와 관계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비자를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커진다는 주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나 소비자 자본주의가 모든 기업 활동의 모형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심도 있는 검증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금융회사들의 경우에는 심각하게 고려해볼 만한 대안모형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금융회사들의 경우 본질적으로 정부에 의해 보호와 지원을 받는 산업이며, 더욱이 은행의 경우에는 예금자보험제도라는 공적보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국 금융회사들의 수익은 대부분 국내에서 창출된 것이며, 또한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일반가계로부터 창출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단선적이고 단기적인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나 종업원들의 수입 극대화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와 종업원 이외에 국민과 관련 중소기업들의 후생 증대를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한국의 은행들은 국제 금융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자기 힘으로 달러를 조달하지 못하고 매번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은행이 창출한 수익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더욱 많이 사용할 필요가 있다. 향후 금융회사 경영에는 큰 어려움도 예상된다. 당장 올해에는 유럽 재정위기의 진전방향에 따라 국제적인 금융경색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중기적으로는 한국의 부동산가격이 하락해 가계대출의 부실화가 커질 수도 있고, 내수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내수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 상황에 대비해 대손적립금을 좀 더 많이 충당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금융회사 수익의 배분 결정은 관련 종사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당장의, 그리고 소수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균형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금융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두는 금융권 종사자들의 혜안을 기대해 본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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