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동용승]北, 韓銀통계에 발끈해 어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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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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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은행은 북한의 경제통계를 추정 발표해 오고 있다. 올해도 북한의 2010년 경제통계를 발표했다.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기상 악화와 제조업 부진으로 전년보다 0.5% 감소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국은행은 북한이 공개한 내용과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의 연간 경제실적을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통계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물론이고 국제사회는 한국은행이 추정한 북한의 경제통계를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도 한국은행 통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한국은행 통계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던 북한이 올해는 유난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무엇을 노린 경제쇠퇴설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한경제가 2년째 쇠퇴하고 있다느니 하는 등 구구한 험담들이 있다”며 “최근 2년은 조선의 인민생활 향상과 사회주의 건설에서 전례 없는 기적과 혁신이 창조된 격동적인 시기”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한국은행 통계에 공개적으로 발끈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금 모든 초점을 내년에 맞추고 있다. 북한식 표현으로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는 것이다. 연일 노동신문과 방송에서는 경제성과를 선전하고 있다. 어떤 공장은 계획을 초과 달성했고 어떤 공장은 새롭게 가동되기 시작했고 등등. 마치 2012년이면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 한국은행이 경제가 후퇴했다는 통계를 발표했으니 발끈할 만도 하다.

북한은 1960년대 초반부터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전년 대비 성과를 선전해 오고 있다. 북한이 발표했던 전년 대비 성과를 추산해 보면 아마 북한경제는 우리 경제를 능가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만큼 북한 내부에서는 성과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실상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은행 통계는 객관적으로 북한경제를 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2010년 북한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이유는 분명히 있다. 2009년에는 150일 전투, 100일 전투라는 명목 아래 북한이 주민들을 동원했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 장사를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데 1년 내내 동원을 했으니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같은 해 11월 30일 갑작스럽게 단행한 화폐교환 조치는 북한의 공식 비공식 경제를 모두 일시에 중단시켰다. 급기야 2010년 4월 북한 총리가 평양시 인민반장들을 모아 놓고 사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중국과의 교류는 증가했지만 천안함 폭침으로 남북교류가 중단된 것도 북한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이 용빼는 재주가 없는 한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실질 성장 0.5% 감소에 그쳤다고 하니 다행이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00달러 내외로 추정하는데 다소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히려 북한은 한국은행에 고마워해야 한다. 북한 스스로 못하고 있는 것을 대신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북한은 한국은행의 통계 수치에 발끈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에 구호의 손을 벌리는 현실에 발끈해야 한다. 연일 선전하는 성과가 허수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주민들에게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 안정적으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북한은 스스로 믿을 만한 통계수치를 발표하고, 이에 근거해 주민들의 긴급구호는 물론이고 외국자본을 유치하여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발끈하는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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