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순구]‘상대적 빈곤’ 해결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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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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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요즘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빈곤 문제를 해결하라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세계적인 화두가 빈부의 격차 또는 빈곤 문제다. 최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상대적 빈곤의 정도가 가장 심하다는 지표가 발표되는 등 빈곤, 특히 상대적 빈곤의 문제는 우리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점차적으로 상대적 빈곤의 문제가 심각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기술 발전에 따라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생산성 차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에는 학교 숙제를 모두 손으로 써 제출했다. 반면 요즘 학생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형형색색의 그래프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의 숙제를 평가하는 데도 아이디어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장비와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가가 중요한 시대다. 이런 현상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복잡한 생산 설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가가 현대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좌우하게 돼 전문기술이 없는 사람은 생산성이 낮아 결국 낮은 소득밖에 얻지 못한다.

또 운송수단의 발달로 외국의 저렴한 상품이 수입됨에 따라 전문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상품은 인건비가 비싼 국내에서 더는 생산하지 않게 돼 전문기술이 없는 국내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나마 경제가 호황이면 버틸 수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숨어 있던 빈곤 문제가 폭발한 것이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더하여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도 있는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모두 가난한 상황에서 평등하게 출발했던 한국인이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빈부 격차를 겪게 되어 체감 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10여 년 전에 이른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적으로 몰락한 가구가 많았던 것도 현재 한국의 상대적 빈곤 문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더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런 빈곤의 문제가 아버지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아들에게 대물림이 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는 정말 어렵다. 사실 그 어느 경제학자도 빈곤 문제를 지금 해결할 수 있다거나 먼 미래에는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사람이 열심히 경제생활을 하는 것은 열심히 하면 성공하는 반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잘해도 돈을 별로 더 벌지 못하고, 못해도 별로 소득이 줄어들지 않으면 열심히 일할 사람이 없다. 따라서 소득의 격차는 사실 어느 정도 활발한 경제활동에 수반되는 것으로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둘째, 빈곤 문제에 책임을 지고 결국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은 국가인데 땅속에서 석유가 펑펑 나오기라도 하지 않는 한 어느 국가도 빈곤층을 충분히 해결할 만한 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빈곤층을 너무 많이 돕다가는 국가 경제 모두가 빈곤해진다. 결국 한정된 정부의 돈을 최대한 활용해 절실히 필요한 부분에서 빈곤층에 도움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정 적자의 위험은 빈곤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므로 항구적인 법제화보다는 그때그때 일회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다음으로는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경제가 살아나면 일자리가 늘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무책임한 해결책인데, 어떻게 해야 경제가 살아날지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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