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석한]한미 FTA, 이젠 한국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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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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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한 변호사·미 애킨 검프 법률회사 수석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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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심각한 당파적인 정치 환경을 감안할 때 한미 FTA의 미 의회 통과는 괄목할 만한 역사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워싱턴 정치 환경은 아주 투쟁적이고 호전적이다. 국가부채 한도를 올리기 위해 신랄하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벼랑 끝 전술을 폈고, 결국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불러왔다. 이런 적대적인 환경을 감안할 때 많은 한미 FTA 지지자들은 이 협정이 의회에서 제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었던 게 사실이다.

美의회 역사상 가장 빨리 동의받아

한미 FTA는 많은 지지자의 로비 노력이 없었다면 시의적절하게 통과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미 의회와 백악관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미 상공회의소와 산업계, 풀뿌리 운동도 큰 도움을 줬다. 9월 말까지만 해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무역조정지원(TAA) 제도 연장 문제의 해결 없이 FTA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는 것을 주저했다. 공화당이 TAA를 연장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은 백악관에 간담회와 전화, e메일, 신문기고 및 광고 등을 통해 빨리 통과시키라고 압력을 가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밀한 유대관계도 백악관이 FTA 법안을 미 의회에 서둘러 제출하는 데 기여했다.

끊임없는 압력은 미 의회와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 데이브 캠프 하원 세입위원장 등 의회의 핵심 지도자들에게도 가해졌다. 의회 지도자들은 TAA를 연장하는 조건으로 한미 FTA 등 3개 FTA 법안 투표를 연계했다. FTA 법안과 중국환율 조작에 대한 투표를 별도로 하는 방식으로 한미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잠재웠다. 게다가 보커스 위원장과 캠프 위원장은 의원들이 한미 FTA 법안을 수정하거나 지연하는 전술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모의축조심의에 넘겨 효율적으로 처리되도록 했다.

한미 FTA는 미 의회 역사상 가장 빨리 의회의 동의를 받았다. 이제 한국 국회지도자들이 정치적인 난투에서 벗어나 이 역사적인 법안을 통과시킬 차례다. 단기적이고 편협한 관심사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국가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우려는 미국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얻게 되는 중요한 장기적인 경제적 및 전략적 이익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한미 FTA는 미래 성장의 엔진이자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가 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관세장벽이 허물어지면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한국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에 접근하는 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게 된다. 게다가 한미 FTA는 한국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TPP는 미국과 호주 칠레를 포함해 9개 국가 사이에 협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중요성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장기적인 국가이익 먼저 생각해야

한미 간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측면도 평가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은 경제와 무역을 통한 동맹이라기보다는 군사동맹이었다. 한미 FTA는 파트너십에 새로운 경제적인 분야를 추가하면서 동맹관계를 더욱 강력하고 지속적이게 할 것이다. 또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과의 외교 및 경제 협상에서 한국의 지렛대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여기에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미동맹을 더욱 심화 발전시킬 것이다.

한국은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치지도자들은 이제 서로의 차이는 제쳐놓고 장기적인 경제적 전략적 이익에서 무엇이 최상인지를 고민하면서 이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한국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맹국은 엄청난 장애물을 극복하면서 한미 FTA를 통과시키며 손을 내밀었다. 한국은 이런 제안을 퇴짜 놔서는 안 된다.

김석한 변호사·미 애킨 검프 법률회사 수석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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