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승직]특성화高 살아야 기능선진국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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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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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직 인하대 교수 국제기능올림픽 한국기술대표
서승직 인하대 교수 국제기능올림픽 한국기술대표
“가슴에 태극기를 품고 금메달을 향해 뛰겠다.”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제41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통신망분배기술’ 직종에 한국대표로 출전하는 제주 한림공고 출신 이진혁 선수의 각오다. 메카트로닉스를 비롯한 39개 직종의 대표선수 43명은 저마다 각오를 다지면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17번째 종합우승을 위한 도전에 나선다. 이는 기능올림픽의 역사를 새로 쓰는, 국위 선양을 위한 위대한 도전이다.

기능강국 걸맞은 직업교육 안시켜

실력보다는 학벌을 중시하는 뿌리 깊은 교육정서와 만연한 이공계 기피현상에 따른 기술과 기능 경시 풍조 속에서 다지는 각오라서 더욱 값지고 자랑스럽다. 대표선수들은 비인기 분야의 설움을 이기고 임시로 마련한 합동훈련장과 각 소속단체에서 강도 높은 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지방대회와 전국대회 그리고 선발전을 모두 거친 기술과 기능의 영재들로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5년이라는 노력 끝에 영광스러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대표선수들은 학벌보다는 기술명장이 되려는 신념에서 이 길을 택했다. 이것이 진정한 국가경쟁력이다.

한국은 1967년부터 모두 25차례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해 16번의 종합우승 달성과 455명의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여 독일 스위스 일본 등 기능선진국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기능강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은 기능올림픽의 성공적인 모델국가의 표상으로 산업화를 이루려는 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10월 런던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하는 아랍에미리트 국가대표선수단 14명이 전지훈련차 방한해 지난 3주간 한국 대표선수 훈련장에서 우리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며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는 기능강국이 이룬 유·무형의 국력이며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일이다.

이런 대외적인 역량에 비해 우리의 실상은 참으로 초라하다. 아직도 기능강국에 걸맞은 직업교육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제도의 모순 속에서 기능강국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참으로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특성화고가 직업교육의 완성학교가 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학벌을 중시하는 교육정서에 편승한 원칙 없는 정치가 만든 대학의 난립 때문이다. 또 ‘대학 졸업장=실업증’과 반값 등록금 요구도 이런 원인이 누적돼 표출된 결과다. 과거에 오늘을 준비하면서 겉으로는 교육의 백년대계를 외쳤지만 결과적으로 원칙 없는 정치가 교육을 망쳐 놓은 것이다. 원칙 없는 정치는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가 규정한 7대 사회악의 하나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대학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대학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특성화고를 직업교육의 완성학교로 정착시켜야 대학도 대학다워질 수 있다.

특성화고 졸업생 채용 제도화해야

궁극적으로 특성화고의 본질이 표출돼야 진정한 기능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기능올림픽에서 힘들게 이룩한 우승의 역량이 기능강국으로 만족하는 수준에 그치는 현실은 안타깝다. 마이스터고가 특성화고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지만 기술 경시 풍조의 타파 없이는 결코 완성학교가 될 수 없다. 현재 2학년인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학습역량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것만으로 마이스터고의 성공을 말하기는 이르다. 앞으로 1년 후 졸업생의 ‘취업이냐 진학이냐’의 진로 선택은 마이스터고의 정착을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특성화고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은 기능강국이 기능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제조업 강국을 실현하는 국력 신장의 지름길이다. 최근 일부 기업의 특성화고 졸업생 채용과 계획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승직 인하대 교수 국제기능올림픽 한국기술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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