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세종시 이전 회의론’ 다시 고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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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옮긴 뒤 연평도 사태 터졌다면…”… “이동시간 길어 신속대응 어려워”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국가비상사태가 벌어지면서 정부과천청사 등에서는 ‘세종시 이전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과 세종시로 청와대, 국회, 정부 부처들이 찢어져 있으면 이들 기관 간에 신속하고 긴밀한 소통과 대책 마련이 이뤄지겠느냐’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시작된 직후인 23일 오후 4시경 기획재정부는 ‘24일 오전 북한 포사격 도발 관련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언론에 알렸다. 그러나 군인 2명이 전사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자 긴급히 ‘제33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이때가 오후 6시경.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부 지식경제부 특임장관실 등에 ‘오후 7시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가 있다’는 걸 알렸다.

정부 당국자는 “여의도에서 출발한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퇴근길 교통 정체 때문에 조금 늦은 것을 제외하면 거의 전원이 정시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는 24시간 비상상황 대응체계 가동, 국민 불안심리를 유발하는 사재기 엄단 등의 조치가 발표돼 경제 금융시장의 빠른 안정세를 이끌었다. 이 회의가 끝난 뒤 정부 내부에서는 “이 회의가 세종시에서 소집됐다면 이처럼 1시간 내에 다 모일 수 있었겠느냐. 장관들이 서울의 청와대와 국회를 오가다 보면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내게 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에 근무하는 장관들이 세종시로 이전했을 경우 하루 차량 이동 시간을 추산해본 결과 보통 8시간 15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천에 있을 때 길에서 소모하는 시간(약 3시간 45분)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세종시로 옮긴 뒤에도 장관들이 지금처럼 국회와 청와대를 오가며 회의와 보고를 해야 할 경우 사실상 서울에 상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세종시 부처들은 ‘장관 없는 기관’이 되고 비효율적인 두 집 살림 형태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상회의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무회의조차도 화상으로 하는 경우가 연간 평균 1, 2회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가행정의 이런 비효율을 없애려면 청와대, 국회도 다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한 주장까지 나온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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