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정수빈 ‘1번타자 절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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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3일 07시 00분


■ 스무살 동갑내기 가을전쟁

2년 전 청소년대표로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두산 정수빈(왼쪽)과 삼성 김상수.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두 친구는 깊은 우정만큼이나 양보할 수 없는 승부를 앞두고 있다.
2년 전 청소년대표로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두산 정수빈(왼쪽)과 삼성 김상수.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두 친구는 깊은 우정만큼이나 양보할 수 없는 승부를 앞두고 있다.
작은 고추지만 입안이 얼얼하게 맵다. 두산과 삼성의 1번 타자 정수빈(20)과 김상수(20) 얘기다.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대표팀 멤버이자 절친, 그러나 그라운드 위에서는 한 치의 양보가 없다. 고졸 2년차 동갑내기 친구는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 마치 ‘누가 더 잘하나’를 겨루듯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팀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준PO 4차전, 정수빈은 9회 1사 2·3루에서 대타로 나와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홈런을 때려냈다. PO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상수는 정수빈에게 축하의 문자를 보냈다. ‘미친 정수빈!’ 다소 무뚝뚝해 보이지만 어떤 축하의 말보다 애정이 묻어난다. 정수빈도 김상수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냥 눈 감고 쳤다. 대구에서 보자!’ 두 친구는 그렇게 큰 무대에서 마주했다.

PO 4차전까지 정수빈은 0.267(15타수 4안타), 4볼넷, 1도루, 4득점, 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1차전엔 볼넷만 3개를 얻어내며 1번 타자로서 역할을 다 했고, 2차전에서도 6회 선두타자로 나와 몸을 아끼지 않은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며 대량득점의 물꼬를 텄다. 3차전 역시 4회 동점2타점3루타로 짜릿한 역전드라마의 토대를 마련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김상수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타율은 무려 0.357. 4득점, 3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1차전 역전승을 이끄는 동점적시타를 때려내는가 하면, 2차전에서도 1-4로 뒤지던 8회 추격의 1타점을 뽑아냈다. 4차전에서는 9번 타자에서 1번 타자로 승격해 3회 상대 선발 홍상삼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번트를 댔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PO 승부, 양팀의 운명이 걸린 5차전 역시 두 1번 타자들의 선의의 경쟁이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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