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02>王曰然하다 誠有百姓者로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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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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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宣王(선왕)은 종의 표면에 피를 바르려고 소를 끌고 가는 자를 보고는 소 대신 양으로 하라고 했다. 백성은 왕이 소를 아까워해서 그런 것이라고 수군거렸지만 맹자는 不忍殺(불인살)의 惻隱之心(측은지심)이 發露(발로)한 것이리라고 보았다. 제선왕은 맹자의 말이 옳다고 확인했다. 소를 죽이지 말고 양으로 대신하라 명한 일은 자취만 보면 백성이 비난하듯이 재물이 아까워 그런 것이라 여길 만한 면이 있다. 하지만 제선왕은 일국의 군주가 소 한 마리를 아까워할 리는 없으며, 자신은 결코 재물을 아까워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死地로 끌려가는 소를 불쌍하게 여겨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측은지심이 내재해 있음을 자각한 것이다.

然은 주로 代詞(대사)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그러하다’고 긍정하는 말이다. 誠은 부사로, 진실로의 뜻이다. 誠有百姓者에 대해 주자는 實有如百姓所譏者(실유여백성소기자)라고 풀었다. 진실로 백성이 기롱한 바와 같은 것이 있다는 뜻이다. 雖(변,편)小는 ‘비록 좁고 작지만’의 뜻으로 양보절이다. (각,곡)속若은 앞서 나왔듯이 두려워해서 벌벌 떠는 모습을 형용한다.

일본 도쿄의 우에노에는 시노바즈이케라는 연못이 있어, 不忍池라 적는다. 그곳으로 통하는 길은 시노바즈도리(不忍通り)라 하며, 유명한 東洋文庫(동양문고)가 이 거리에 있다. 기대와는 달리, 그 지명은 ‘양혜왕·상’의 이 제7장에서 유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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