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무조건 낙관주의’는 없다… 비관 이기는 희망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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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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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미스트/로렌스 쇼티 지음·정숙영 옮김/444쪽·1만3500원·부키

저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하고 프랑스의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엘리트다. 그는 어느 날 아침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날마다 들려오는 ‘나쁜 뉴스’를 원인으로 꼽았다. 지구 온난화, 테러, 에너지 위기…. 세상이 더 우울해짐에 따라 자신의 인생도 덩달아 우울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낙관주의’에 생각이 미쳤다. 인생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면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낙관주의자(옵티미스트·optimist)들을 인터뷰하고 책을 써서 낙관주의를 퍼뜨리기로 결심했다.

‘낙관주의자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그는 무작정 인터뷰 요청을 한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할리우드 여배우 애슐리 주드…. 다소 무모해 보이는 시도였지만 그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들과 낙관주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거대한 온실 안에 인공 생태계를 만든 에덴프로젝트의 팀 스미트 최고경영자(CEO)는 “인간의 본성이 선량하므로 마음만 먹으면 해결 못할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이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다며 저자의 작업에 의문을 나타냈다. 서스테인어빌리티라는 두뇌집단을 이끄는 존 엘킹턴 씨도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는 생각을 하는 낙관주의자다. 그러나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은 위기를 겪어야 정신을 차리기 때문에 앞으로 올 재앙이 인간을 다음 단계로 진화시켜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언 데이비스 대표는 무조건적인 낙관주의에 경계를 나타냈다. “긍정적 사고방식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만나는 모든 사람과 즐겁게 지내고 삶의 매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는다면 당신이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어마어마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낙관적 삶을 얻기 위해선 지구 온난화를 막거나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는 일 등 열심히 일하는 게 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자가 듣고 싶었던 ‘무조건적인 낙관주의’에 대해 얘기를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세상만사가 잘 풀릴 것이라는 낙관주의에는 대부분 동의하지 않았고, 그런 낙관주의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투투 대주교는 “낙관주의는 상황이 원하던 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빨리 비관주의로 바뀔 수 있다”면서 “‘낙관적’이라는 말을 버리고 현실에 좌우되지 않는 ‘희망’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영국의 한 강연회에서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말하는 낙관주의를 들었다. “사람들은 제게 늘 묻습니다. 당신은 낙관주의자냐고 말이죠. 물론 저는 이 자리에서 기후 변화나 에이즈 같은 사례들을 거론하며 인류가 직면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씀드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1세기가 좋은 시대가 되리라고 꽤 확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도 산적해 있지요.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결국 이겨내 왔습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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